안녕하세요. 작년, 시드노벨 입성 후 이런 종류의 글을 써보는 건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네요.
조금 무겁고 심오한 주제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라... 제가 이런 글을 잘 쓸 수 괜찮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역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되어, 이렇게 글을 써서 올려봅니다.
처음 써보는 글인 만큼, 개인적인 헛소리가 많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ㅠ 토론게시판인 만큼, 개인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그럼에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그것에 대한 착한 반박으로 해결하도록 해요.
1. 우리는 왜 글을 쓸까.
저는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에는 당연히 여러 가지가 있겠죠.
몇 가지 살펴보자면, “나는 글을 잘 써서 소설가가 될 거야.”, “나는 그냥 내 취미대로 글을 써볼 거야.”, “나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써볼 거야.” 등등...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던가, 자기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던가, 자신의 꿈을 위해 글을 쓴다던가. 정말 여러 가지 종류의 이유가 잔뜩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확정을 지어도 의문이 남습니다.
소설가가 된 후에는 왜 글을 쓸까? 계속해서 출판하기 위해. 연재하기 위해.
그럼 왜 계속해서 출판을 하고 연재를 할까? 타인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그럼 왜 타인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글을 쓸까? 어째서?
새로운 확정은, 끊임없는 의문을 남깁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의문에, 우리는 고심하고, 생각하고, 그 답을 산출해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고민하게 되고, 슬럼프에 빠져, 평소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럼에도 우리는 왜 글을 쓸까요.
글을 쓰는 건 자신의 마음을 글에 담는 것. 자신의 생각과 상상을 글로 풀어내는 것.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아마 어느 하나로 확정지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렇기에,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단순하게, 전 생각해봤습니다.
그냥,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 좋고, 글을 쓰는 것이 재밌고,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이자 생활이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닐지,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2. 우리는 왜 공모전에 참가할까.
1년에 두 번, 시드노벨에서는 큰 이벤트가 열리죠.
바로 공모전. 자신의 글을 뽐내고, 자신의 글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기 위해, 매년, 매회, 우리는 공모전에 저마다 다양한 소설들을 투고합니다.
물론, 공모전에 걸린 큰 상금, 책으로 출판될 수 있는 기회, 작가로서 더 넓은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 그러한 이유 때문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아마 대다수라고 생각됩니다.
시드노벨의 공모전 대문에는, 이러한 한마디가 써져있습니다.
“꿈이라는 이름의 열매를 맺을, 희망이라는 이름의 새싹.”
모두 아시다시피 바로 ‘꿈’. ‘소설가’또는 ‘작가’를 의미합니다.
또 ‘희망’. 우리가 공모전에 투고하는 ‘작품’, ‘소설’들을 의미하죠.
요즘 들어 공모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지난날에 비해 더욱 많아졌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희소식이고, 어떤 의미로는 좋지 않은 소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공모전은 더욱 험난해지고, 제한선이 높아지고, 길이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모전은 작가가 되기 위해 성심성의껏, 진심을 담은 자신만의 작품을 담아내어 문을 두드리는 이들에게만, 그 기회가 주어집니다.
어중간한 마음으로, 어중간한 생각으로, 어중간한 꿈으로, 어중간한 작품을 쓴 이들에게는 그저 냉정히 고개를 돌릴 뿐이죠.
우리는 작가가 되기 위해, 또는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공모전에 참가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이, 그 작품이, 정말로 우리의 진심이 담긴, 진정한 ‘씨앗’일까요.
정말로 그 ‘씨앗’으로, 우리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목표가, 그 꿈이, 그 의미가, 언제서 부턴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는 건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3. 우리는 왜 글을 쓰고도 의문할까.
우리는 글을 다 쓰고 난 후, 또는 글을 쓰는 도중, 한 가지 의문에 빠져듭니다.
“사람들은 내 글을 재밌어 할까?”, “사람들은 내 글을 보고 만족해줄까?” 등등.
우리는 우리가 쓴 글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과 의문에 빠져들죠.
조금 더 만족스러운 글을 쓰기 위해. 조금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조금 더 재밌는 글을 쓰기 위해. 조금 더 완벽한 글을 쓱 위해.
우리는 고민에 잠기고, 그 고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비평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 비평을 듣고, 장점을 살리고, 지적을 고쳐, 더욱 좋은 글을 쓰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욱 의문이 듭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만족스러운 글이란 무엇일까. 재미있는 글이란 무엇일까. 완벽한 글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많은 글을 쓰고, 때로는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해볼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들이 쓴 글에 대해, 스스로 저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글을 쓰고, 그 글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글을 쓰고, 그 글이 재밌는 글이라 생각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글을 쓰고, 그 글이 좋은 글이라 확정하지 못합니다.
그 모든 것을 통틀어, 우리는 우리의 글에 대해 의문을 담고, 스스로를 낮추고 있습니다.
항상 자신이 아닌, 타인을 생각하고, 어떡하면 타인에게 자신의 글이 더 잘 보일까. 더 재밌어 보일까. 그렇게 고민합니다.
타인을 의식하기에,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지만, 더 깊은 글을 쓰진 못합니다.
타인을 의식하기에,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지만, 더 많은 글을 쓰진 못합니다.
우리의 글은 우리가 쓰는 것이지, 타인이 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글은 우리가 쓰는 겁니다. 결코 타인만을 고려하고, 타인만을 생각하고, 타인만을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타인의 손길이 닿은 글은, 더 이상 자신만의 생각이 담긴,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니게 됩니다.
우리는 글을 씁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의문합니다.
계속해서 의문하기에, 우리는 우리만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문하되, 그 의문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우리가 만족하지 못한 글은, 타인을 만족시킬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재미를 느끼지 못한 글은, 타인에게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정말로 재미있게 쓰고, 정말로 만족한 글이야말로, 그것이 좋은 글이고, 그것이 최고의 글이 아닐지,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