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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Gm베르[ksd940227]
조회 319    추천 0   덧글 0   트랙백 0 / 2019.09.24 17:03:33

비켜라.”

그럴 순 없소.”

무의미한 피를 보게 되더라도?”

사내는 식은땀을 흘리며 신음했지만, 등 뒤의 아기를 생각하고 이를 악 물었다.

물론이오. 자식보다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흑기사님은 그런 온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그럴 리가. 나도 곧 부모가 될 사람인데.”

지크프리드의 대답에 사내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럼, 이번 한 번만 봐줄 순 없겠소? 해악을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잘 가르치겠으니!”

안 된다.”

지크프리드는 단언했다. 서릿발처럼 차갑고 모래바람처럼 메마른 울림이 거리를 울렸다.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려 화근을 남겨두면 언젠간 후회하게 된다. 정말 유감스럽지만, 동정심에 구원을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지크프리드만이 말하고 있는 거리이기에, 그 차가운 울림은 더더욱 매섭게 사내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죽음을 선언하는 검은 기사는 사내에게로 한 걸음 다가섰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서야 일국의 무장으로 설 자격이 없겠지. 평행선을 달리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고.”

지크프리드는 손을 뻗어, 허리춤에서 칼날을 뽑아들었다.

-스릉……!!

소름끼치는 쇳소리가 퍼져나가고, 뒤이어 다른 기사들이 일제히 발검했다. 검의 덤불은 순식간에 사내와 그의 아내를 둘러싸고 서슬 푸르게 번뜩였다.

, 무슨!!”

진정해라. 지켜야할 이를 베고 싶진 않으니까. 그저 그 아이를 넘겨주기만 하면 된다.”

, 그러니까! 그건 안 된다고 했잖소!! 다른 방법은 없는 거요?! 기사들은 국민들을 지키는 자들이지 해하는 자들이 아니잖소!!”

그래. 그 말대로다.”

지크프리드의 칼날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은빛 잔상을 남기며 허공을 가른 칼날은, 정확하게 사내의 목젖에서 멈췄다.

네 말대로 나는 안테노라의 민초들을 수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재앙의 씨앗이 있다면 그 싹을 잘라내야겠지.”

!!”

사내는 자신의 살갗을 스치는 서늘함을 내려다보며, 폭포수처럼 식은땀을 흘렸다.

아이를 데려와라!”

!”

지크프리드의 강철 같은 목소리에 기사들이 합창, 총 세 명이 검을 집어넣고 여성에게 걸어갔다. 거의 동시에 사내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 거기 안 멈춰?! 이 개♡새끼들이!! 내 가족 털끝이라도 건드렸다간 모조리 다 죽여 버릴 줄 알아!! 거기 당장 멈춰!”

경고하는데 움직이지 마라.”

하아?!”

지크프리드의 낮은 목소리에 사내는 사납게 돌아섰다. 하얗게 뒤집어진 눈에 이성은 담겨있지 않았다. 그는 칼날을 무시하고 지크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와 멱살을 쥐어틀었다.

할 수 있다면 어디 베어 보시오! 썩어빠진 위선자 같으니라고! 당신 아들이었어도 그렇게 쉽게 죽이려 들 수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

지크프리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식이……말인가?”

그래! 해를 며칠 보지도 못하고,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고! 무엇보다도 당신을 보며 아빠라고 불러주는 그런 자식! 그런 자식을 죽일 수 있을 것 같냐는 말이오! 차라리 날 먼저 죽이시오!”

사내는 할 말 다 했다는 듯 홱 돌아서 아기에게로 걸어갔다.

기사들도 다가가긴 했지만, 무방비한 여성에게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는지 사내에게 순순히 길을 터주며 지크프리드의 눈치를 살살 보고 있었다.

내 자식……말이지. 그래…….”

생각에 잠긴 듯 보랏빛 눈동자를 서늘하게 빛내는 지크프리드.

독백을 거듭하는 그의 몸에 하얀 선풍이 휘감기기 시작했다. 마력이 태동하고, 일대를 표류하던 기운이 거대한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지금 그의 눈가를 어떤 광경이 스쳐서, 자신이 한 결심이 격노와 공명해 흘러넘치기 시작한 것이다.

 

-너를 포함한 동료들, 인간들 전부! 내가 돌아오는 그 날에 먹어치워 주마!!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네놈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이를 찢어발겨 줄 거다! 기다리고 있어라! 용의 영혼은 절대 죽지 않으니까 말이다!!

 

만약 그런 괴물이, 또는 비견될 만한 천재지변이 지크프리드의 자식의 몸에 깃든다면.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폭풍우 치는 바다처럼 격동하던 감정의 혼재가, 한순간에 압도적인 침묵에 휩싸였다-

하나 밖에…… 없겠지.”

불길한 뇌까림을 흘리고서, 지크프리드는 고개를 들었다.

사내는 아까 지크를 막아섰던 것처럼 기사들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빛이 나 보일 만큼 고귀한 부성애는, 확실히 지크프리드가 동경을 품을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전부 물러나라.”

그것과 이것은 별개다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지크프리드는 명령했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기사들이 마법처럼 비켜서며 길을 터냈다.

, 단장님…….”

바람까지 사용하신 겁니까? 너무 흥분하신 것 아닙니까?”

터져나오는 걱정과 한탄. 지크프리드는 조소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이 정상이란 걸 알고 있어서인지 크게 답답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짐은 전부 내가 짊어진다.”라고 말하며 걸어 나갈 뿐이었다.

마침내, 사내와 지크프리드가 마주했다. 사내는 날 선 태도로 그를 사납게 쏘아보았다.

다시 말해두는데, 내 자식을 건드릴 생각은 않는 게 좋을 거요.”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며, 엉성하게나마 주먹을 내민다.

당신은 아까 내게 물었지.”

뭐라는 거요??”

지크프리드의 눈은 서늘하며 깊었다. 또한.

끔찍하리만치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만약 내 자식이 신탁의 아이로 태어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맞나?”

, 그랬소만.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요?”

대답을 들려드리지.”

…………………?”

그 순간, 하얀 질풍이 종횡무진 내달렸다.

칼날인 동시에 날개인 그 바람 속에서 지크프리드는 허공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그리고,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 찰나의 순간에,

 

촤악!!

칼날은 아기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 증거로 하얀 궤적과, 잔혹하게 붉은 핏방울들을 흩뿌리고서.

여성의 등 뒤에서 지크프리드는, 피에 젖은 검을 바닥에 떨어트리며 입술을 짓씹었다.

그러나 금방 무표정을 가장하고서, 덤덤하게 돌아서 그들을 바라봤다.

예외는 없다. 당신들이 아이를 순순히 넘기지 않으리라 판단하여, 나는 질풍의 격을 사용했다.”

말하면서도 생각했다.

이들에게 지금 자신의 말은 들리지 않겠다고. 지크프리드는 배에 힘을 넣어 다음 반응에 대비했다.

………?”

여성은 피에 젖은 아기- 아기였던 것을 감싼 담요를 내려다보았다. 갈색 눈동자에서 초점이 없어지고, 점차적으로 동공이 확대되어갔다.

……아아……! 아아아아……!!”

다리에 힘이 풀린 여성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담요더미가 바닥에 나뒹굴고, 펴졌다.

경동맥을 가로지르는 붉은 핏자국이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아기가 잠든 모습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자리의 모두는 알 수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아이는, 죽었다.

이 새끼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눈이 완전히 뒤집어진 사내가 품에서 칼을 꺼내들고,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이성 따위 없는 분노의 고함과 함께 검이 내질러졌다. 그건 정말 조악하고 자그마한, 기껏해야 과도 수준의 무기였다. 공격도 엉성하기 짝이 없어서 피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지크프리드는 피하지 않았다.

…………….”

흉터로 가득한 복부에 칼이 박히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비명이나 신음, 일말의 고통도 내비치지 않으며 사내의 멱살을 틀어 올렸다.

! 이거 못 놔?! 당장 놔 씨바아알!!”

사내는 붙든 팔을 내리치며 발악했다. 그러나 지크프리드는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말했지. 예외는 없다고. 이번엔 네 아들이 그 상대였다.”

닥쳐! 닥쳐!! 닥쳐 이 개♡새꺄!! 죽여 버린다!”

거리로 퍼져가는 술렁임.

선혈이 낭자한 길과 목이 잘린 아기의 시체, 서로 드잡이질 중인 두 남성. 하나였던 시선이 둘이 되고, 넷에서 열이 되는 건 금방이었다. 소리 뿐 아니라 특유의 분위기. 짙은 폭력의 잔향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끌어 모았다.

만약 내 자식이 신탁의 아이로 태어난다면.”

그 가운데서 지크프리드는 보랏빛 눈을 차갑게 빛내며, 등에서 뽑은 대검을 사내에게 겨누었다.

 

그 아이를 이 검으로, 죽인다.”

그 말은 태산보다 무겁고, 고혈보다 진했다.

침묵이 사람들 사이로 무겁게 밀려드는 가운데, 사내는 얼이 빠져서 지크프리드를 봤다. 정신을 차린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를 갈았다.

변명 하지 마시오! 어차피 다시 볼 일도 없으니 거짓말로 넘기려는 것 아닌가!!”

믿든 말든 좋을 대로 해라.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와의 맹세를 지킬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맹세의 끝을 지켜볼 수 있는 것도 나뿐이겠지. 그러니지금의 나로선 어떤 증명도 해줄 수 없다.”

이 자리를 지켜보는 무수한 눈들.

그리고, 네 칼날이 배에 남긴 상처가 증표가 될 거다. 그런 독백을 속으로 삼킨 순간.

 

이변이 시작되었다.

말은 번드르르하지! 기사들의 정점에 당신 같은 악마가 있다는 게 끔찍하오! 당신을 증오하오! 증오할 것이오!! 두 눈을 감아 이 기억이 잊히기 전까지는 말이지!!”

사내의 눈에 굵은 핏발- 아니, 붉은 선혈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경악스럽게도 그가 움켜쥔 갑옷이 조금씩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당신만 아니었으면! 당신만 아니었으면내 아기는 살 수 있었소! 너가 죽인 거야! 너가 죽인 거라고 죽인거라고 이새끼야!!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아아아아아아!!”

, 여보……?”

여성이 불온함을 느끼고 이쪽을 돌아봤다. 그러나 사내는 돌아보지 않았다. 코에서까지 피를 줄줄 흘리며 그저 지크프리드를 향해 맹목적인 분노를 쏟아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사내가 내뻗는 주먹질을 가볍게 피하며, 지크프리드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상황을 고찰했다.

이건……?’

갑자기 신체능력이 증강되고 피를 흘린다. 마치 광전사화Berserk의 후유증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럴 리는 없지. 광전사화는 0급 경보 뱔령 상황 외엔 군내에서도 사용이 금지된 사술이다. 이런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냐. 그렇다면 병에 감염된 건가?’

가장 유력한 답이다. 그렇다면 전파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제압과 격리를 최우선으로……시민들로부터 떨어트려야 한다.

실례하지.”

콰직-!

………!!”

지크프리드가 날뛰는 사내의 배를 가격, 그는 쉰 공기를 토하며 녹아내리듯 쓰러졌다.

, 여보!! 아아아아아!!!”

여자는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더니, 안색이 새하얘져서 뒤로 쓰러졌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어쩔 줄 몰라했다.

개중엔 지크프리드를 비난하는 이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오해르 푸는 것보다 이쪽이 먼저다!’

!!”

전신의 마력을 팽창시켰다. 지크프리드에게서 흘러나온 하얀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국지적인 폭풍을 형성했다.

로단! 제이드!”

!”

여자의 진정과 뒷수습을 일임한다! 시체는 보존 마술로 보관해 국묘로 이송시키고, 부부와 접촉했던 사람들을 전부 색출해 의술소로 보내도록!”

그게 무슨 뜻입니까? 색출이라니요?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남자에게서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다! 저주나 질병 감염일 가능성이 높아! 피롤 쏟거나 눈이 충혈된 사람이 있거든 사정 불문하고 격리시켜라! 상황에 따라서 무력 사용도 허가하겠다!”

……, 알겠습니다!”

대답한 그들은 돌아서서 고함을 질렀다. 부하들이 일사분란하게 확산, 저마다 역할을 분담해 행동에 나섰다.

난 먼저 의술소로 가 있겠다! 상황이 정리되는 즉시 연락하도록!”

!!”

사내를 붙들고 점프한 지크프리드는 전력으로 허공을 세 차례 박차 올랐다. 어느새 지면이 아득해졌다. 칠흑의 기사는 창공의 한가운데 서있었다.

.”

갑옷 새로 흘러드는 한기. 지크프리드는 공중을 밟고 뛰쳐나갔다. 입가에서 하얀 김이 자꾸 새어나왔다.

제기랄.’

있지도 않은 피비린내가 머릿속을 헤집는다. 속이 메스껍다.

죄책감, 복부의 참상,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이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힌 나머지, 봇물처럼 터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부드럽게 잘리던 아기의 감촉이 선명하게, 손끝에 되살아났다.

우욱!”

심장이 두근대고 귓가에 울음소리가 알음알음 울렸다. 지크프리드는 한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당신을 증오하오! 증오할 것이오!! 두 눈을 감아 이 기억이 잊히기 전까지는 말이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에게 그렇게 변명했고 실제로도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인간이 저질러선 안 될 일이라는 것 또한 자명했다.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이나 할 짓이었다. 그렇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두 번 다시, 어쭙잖은 마음으로 불씨를 살려두지 않으리라고 맹세했다.

그 날이 재현되는 일은 없어야 하므로. 악역이 필요하다면 스스로 되어주고자 마음을 단련시켜왔다. 다시금 지크프리드의 눈에 강철 같은 의지가 깃들었다.

신탁의 강림, 선택지가 없는 유아 학살의 시작, 때맞춰 나타난 이상 병증까지. 이 모든 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기사단이라고 칭했던 놈을 떠올렸다.

역시 놈들이 관련되어 있는 걸까.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정보가 너무 부족해.’

때마침 하늘에 드리워있던 구름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돌개바람의 전조가,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다음에 생각해야겠군.”

그리고, 전방에서 폭풍의 파도가 몰아닥쳤다.

지크프리드는 미세한 바람줄기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격류의 틈을 이용해 돌풍지대를 깔끔하게 탈출, 신체에 바람을 두르고 하강을 시작했다.

저 멀리 백악의 성벽이 보였다.

그 너머의 심장부엔 동쪽 끝의 세계수와, 심장부 중심에 솟은 학술원. 이를 둘러싼 다섯 가문의 영탑들이 있었다.

저 중 지크프리드가 갈 곳은 [평온과 자애의 석탑]- 라포르테 가문의 영탑이었다. 세이렌이라면 이런 병질에 대해서도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보는 것이었다.

자신이 감염되었을 경우를 대비해 검사도 해야 하고.

슬슬 착지 지점을 잡아야겠군.”

보통 감염 의심자와 동행중이라면 사람이 있는 곳은 피해야 하겠지만, 라포르테 가문의 영지는그 중에서도 영탑 근처의 경우는 괜찮다.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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