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추천   / 글 번호 578420   
  감평 부탁드립니다.
  0 Gm베르[ksd940227]
조회 363    추천 0   덧글 3   트랙백 0 / 2019.09.24 17:02:37

주의)전후상황 설명이 안되어있으니 잘 읽히는지와 표현력 등에 초점을 맞춰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전 상대가 기권했다고요?”

설아의 황당한 표정에 브랜든은 고개를 끄덕이며 때 뭍은 편지봉투를 건넸다.

“4강전 상대인아니, 상대였던 엘리스 양이 남긴 사죄문이다. 직접 말해주긴 조금 그런 내용이라 네게 전해주는 게 낮겠다고 결정을 했다.”

어디 봐요.”

봉투를 찢은 설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종이를 펼쳤다. 고심하며 쓴 듯 지운 글씨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글씨들을 빠르게 훑던 설아가 묘하게 굳더니, 이내 선명한 허탈감이 느껴지는 표정을 지으며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왜 안 말해줬는지 알 것 같네요.”

그래. 아무리 무과라고 해도 여자애한테 할 말이 아니니까.”

아뇨. 그게 아녜요. 만약 이 사람이 제 앞에서 말했다면 이렇게까지 실망하고, 또 화나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저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회피했어요. 그래, 무과 3학년으로서의 자존심 같은 거였겠죠. 어떻게 후배에게 그런 굴욕적인 말을 하느냐. 따위의.”

설아는 바닥에 박아놨던 쌍두검을 뽑아들고 느릿하게 돌아섰다.

금발이 흐드러진 그녀의 뒷모습엔 짙은 그늘이 져있었다.

“‘라그랑제 양의 경기를 보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그녀를 이기지 못 하리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무차별적인 폭력에 검이 상하는 일은 피하고 싶습니다.’라니. 웃기지 말라 그래요. 이길 수 있다면 와서 꺾어보란 말예요.”

그래, 겁먹은 거겠지. 그렇지만솔직히 그녀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냐. 64강부터 지금까지 대전 상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하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야. 넌 동년배 중에선 압도적이니까. 싸울 맛이 안 나거든. 그렇지만 그녀의 행동은 분명 비겁했어. 무엇보다.”

브랜든은 불안함이 술렁이는 관중석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저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순간을 망쳐버렸으니까.”

분명 그랬다.

바람의 격을 자유롭게 다루는 최속 노련의 여검사-엘리스 클레이볼트와 불패무쌍의 신예-설아 라그랑제의 대결은 분명 이번 대회의 최고 관심사였다. 지금 관중석에 빼곡히 앉아서, 참을성 있게 경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시선들이 그 증거다.

무왕제의 흑역사로 오랫동안 남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한다? 머리가 아프군. 엘리스가 그럴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브랜든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입에 물었다.

이제 와서 대체할 만한 대전 상대를 구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골이 아프구만.’

내뱉지도 않고 담배를 뻑뻑 빠는 브랜든. 뭔가에 계속 고심하고 있었던 터라 뒤에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흐얽?! 으각! 끄으으으으윽!”

화들짝 놀란 나머지 담배를 떨구고, 혀를 씹은 브랜든은 입가를 움켜쥔 채 돌아섰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 흐히사 힘……?”

분위기가 이상해서 내려왔다. 왜 대전 상대가 도착하지 않는 거지?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긴 건가?”

, 그건…….”

사실대로 말해라. 지금이야 관객들도 단순히 의문을 품는 정도지만, 이 흐름이 유지되면 여론은 순식간에 악화될 거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술렁임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이 일이 새어나간다면 학술원의 명성에 해가 되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일.

그리고, 묘하게 나는 구린내도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결단은 빨랐다.

제기랄, 도박 외엔 답이 없다. 될 대로 되라지.’

반쯤 탄 담배를 떨구고, 꽉 밟은 브랜든은 반쯤 품에서 복사본을 꺼냈다.

엘리스 학생의 대기실에서 발견된 편지입니다.”

편지?”

지크프리드는 의문을 표하며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덤덤했던 그의 표정이 조금씩 험악해지고, 마지막 대목에선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못 봐주겠군. 이런 비겁한 놈이 고등부 3년에 있다는 게 말이 되나?”

학원 수뇌부도 당황했습니다. 이렇게 도망칠 거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학생이었으니까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이 편지를 보고도?”

제가 가르친 아이니까요. 제자를 믿고, 지켜주는 것은 스승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무슨 말이 하려는 거냐.”

브랜든은 숨을 고르고, 지크프리드와 시선을 맞췄다.

설아의 4강전 상대가 되어주십시오.”

내가?”

. 무리한 부탁인 걸 잘 압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흑기사님만이 엘리스의 부재를 완벽히 메울 수 있습니다. 명성이나 강함이야 말할 것도 없고, 따로 모셔올 필요도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엘리스와 전투 스타일이 흡사합니다. 오늘의 관전 포인트인 힘과 속도의 대결에 완벽히 부합되지요.”

그래, 그럼 내가 특별 출전한다고 치자. 그 시간 동안 자네는 뭘 할 거지?”

브랜든은 의지를 담아 말했다.

사람을 풀어 정보를 모을 겁니다. 이 일이 단순한 노 쇼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으니까요. 혼란을 틈타 암약하는 놈들을 찾아내서 밝혀낼 겁니다.”

헛수고가 될 수도 있는데?”

시도조차 않고 골든타임을 넘기는 것보단 낫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신념마저 느껴지는 일거수일투족.

지크프리드는 고개 숙여 부탁하는 브랜든을 내려다보며,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관심이 가던 아이였는데 잘 됐군. 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네가 옳았음을 증명해라.”

?”

지크프리드는 허리춤에서 브로드 소드를 뽑아들며 브랜든을 스쳐지나갔다.

이 학술원이 아직 건재하다고, 믿게 해다오.”

…….”

브랜든은 한순간 망연해져서 지크프리드를 돌아봤다.

무뚝뚝하게 걸어가는 남자의 등에서 어떤 이야기를 떠올렸다.

삼십 사년 전.

마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범람하던 시기, 무과의 수준이 날로 높아지던 가운데 붉은 밤이 일어났다.

학술원에 단절 결계를 설치한 기사단이 위험요인 제거를 외치며 학생들을 학살하려 든 사건.

외부로부터 단절되어 구원을 바랄 수 없는 상황에서, 학술원생들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전선으로 나아갔다.

사망자 칠십오. 부상자 백이십사. 실종자 다섯.

그 치열한 전장에서 물러나지 않았던 영웅으로서.

물러섬 없이 싸운 끝에 전사한 동료들을 아는 자로서, 그는 부탁한 것이다. 학술원의 긍지가 꺾이지 않았음을 증명해 달라고.

알겠습니다.”

브랜든은 먹먹한 가슴을 움켜쥐고 돌아섰다. 그리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지크프리드는 희미한 웃음을 띤 채 경기장 중앙으로 걸어갔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시선.

불안한 술렁임이 동반된 의문어린 눈빛을 뒤로 한 채, 멀어져가는 설아를 바라보며 확성 마술을 영창했다. 그리고-

모두 주목!!”

천둥 같은 목소리로 좌중의 불안을 날려버렸다.

설아도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봤다.

벼이삭 같은 금빛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그림자에 잠긴 채, 서늘하게 빛나며 지크프리드를 바라봤다.

일단 분위기부터 장악한다.’

지크프리드는 목을 가다듬고 청중들에게로 시선을 돌려 말을 계속했다.

갑작스럽게 인사를 하게 되었다, 제군들! 나는 지크프리드 벤체르 레인즈워스! 알다시피 삼기사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지! 내가 여기 선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오늘 있을 4강전의 일정에 생긴 변동사항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웅성임.

많이 불안하고, 궁금하기도 했을 거다! 어째서 경기가 시작되지 않는 건지!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주겠다! 4강전 참가 예정이었던 엘리스 클레이볼트 선수에게 문제가 생겨서 도착하지 못했고, 규칙 제 1항에 의거하여 설아 라그랑제의 결승 진출이 자동으로 확정되었다!”

침묵. 그리고.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집어치워라! 오늘 경기를 위해 시골에서 올라왔다!

-참가하지 못한다면 장땡이냐! 당장 선수를 끌고 와라!!

천둥 같은 비난이 경기장으로 쏟아졌다.

지크프리드는 호탕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 이런 분노! 그대들이 오늘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증거지! 납득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해! 내가 좌석에 앉아있었다면 당장에 난입해서 한껏 항의했을 거다! 이왕 이야기한 김에 중진들에게 물어보자고!”

지크프리드는 홱 돌아서서 학원 운영진들이 있는 곳을 봤다.

루드비히 이사장! 이 사건에 대한 해결책이 있나?”

시선이 침묵과 함께 쏟아졌다.

상석에 앉은 백발의 노인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지크프리드가 슬며시 웃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내가 엘리스 선수를 대신해 그녀의 상대가 되겠다! 상대로선 부족함이 없으리라고, 레인즈워스의 이름에 걸고 맹세하마!”

…….”

설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학원장만을 바라봤다.

삼기사 급의 대련은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크프리드는 엘리스와 같은 속도 중심 삼차원 전투의 달인이 아니던가? 수준이 높아졌을 뿐 관전 쟁점에 큰 변화가 없었다. 모두가 만족할 대결, 아니 그 이상을 성립시킬 수 있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폭풍의 눈에 선 원장은-

아이에게 한 수 가르쳐주시지요.”

선선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폭발적인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열광의 도가니로 변한 경기장.

지크프리드는 천천히 돌아섰다.

슬슬 좀이 쑤시는군.”

천천히 움직인 검 끝에서 둘의 시선이 교차했다. 지크프리드는 씩 웃으며 가볍게 손을 까닥였다.

걱정 말고 날뛰어라. 난 네가 이겨온 상대와는 다르다.”

………….”

설아는 아무 말 없이 지크프리드를 바라봤다.

제비꽃처럼 빛나는 동공이 한순간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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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Gm베르  lv 0 72% / 72 글 9 | 댓글 8  
작가 지망생입니다.

환생 게임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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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르다 09/26/07:05
묘사 좋고 연출도 좋습니다만 설정 자체에 그렇게 수긍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시합에 나오지 않아 부전패한 학생을 대신해서 이벤트성으로 삼기사가 상대로 출전한다? 소년만화에선 간혹 있을 법한 일입니다만 약간 드래곤볼적이랄까요. 오히려 여러 설명이 덧붙을수록 설득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뒤로 약속된 퀄리티만 나와준다면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네요.
0 Gm베르 09/30/08:18
장문의 감평 감사합니다. 떠오른 것을 일필에 써내린 것이라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더군요. 조금 다듬으면 하이라이트로서 부족하지 않을 장면이 생겨날 것 같아 여러번 재고 중입니다.
0 목축이는기린 10/29/08:55
“대전 상대가 기권했다고요?”

설아의 황당한 표정에 브랜든은 고개를 끄덕이며 때 뭍은 편지봉투를 건넸다.

이미 여기서 끝났습니다. 연출이 너무 평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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