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추천   / 글 번호 578280   
  [감평신청] 프롤로그 감평 부탁드립니다.
  0 적색소음[ohjinuk0612]
조회 897    추천 0   덧글 4   트랙백 0 / 2019.06.21 11:38:28
연재하던 첫 작품이 어째서인지 날아가버리고 잠깐 글쓰기를 그만두었다가 오랜만에 다시 써봅니다. 분량은 꽤 나왔습니다만 아직 연재하기에는 부족함이 보여 일단 프롤로그 부분만 감평을 부탁드리고자 글 올립니다. 소중한 의견 기다리겠습다. 감사합니다.




「프롤로그」

여자친구를 잃었다.
이름은 유리. 만난 지는 2년. 사망 당시 나이는 열아홉.
사망 원인은 자살.
이름도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그녀는 즉시 병원에 입원했지만 의사로부터 시한부 2개월 판정을 받았고, 결국 한 달도 안 되어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녀가 자살한 날, 오랜만에 눈이 내렸다.
나는 그녀의 병문안을 와 있었다.

—하얀 눈꽃이 아름다웠다.—

오랜만의 눈에 들뜬 그녀는 잠시 옥상에 다녀오고 싶다며 전화 통화 중이던 나를 졸라댔다.

—사각사각 눈 쌓이는 소리가 예뻤다.—

내게서 곧바로 따라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나서야, 그녀는 홀로 계단을 올랐다.

—새하얗게 물든 세상이 아름다웠다.—

그녀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
.
.
나는 그녀를 따라갔어야 했다.

—소복소복 쌓인 눈은 푹신해 보였다.—

나는 그녀를 놓지 말았어야 했다.

—피부 위에 내려앉은 눈이 시원했다.—

그녀를 말렸어야 했다. 오늘은 너무 추우니까 다음에 나가자고. 대신 날씨가 풀리면 어디 같이 놀러 가자고. 그러니 오늘은 얌전히 침대에 있으라고. 잡았어야 했다. 옆에 있었어야 했다. 다른 사람이랑 통화 같은 건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른 일에 눈을 돌리지 말았어야 했다. 외롭지 않게 해 주었어야 했다. 병문안을 거르지 말았어야 했다. 사과라도 하나 더 깎아 줬어야 했다. 병원에서 같이 있으면서 자기 전에 책이라도 읽어줬어야 했다. 내가 옆에 있다는 걸, 알려줬어야 했다.

—하얀 눈 위에 쓰러진 그녀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미치도록 아름다웠다. 새하얀 눈을 물들인 빨간 피가 아름다웠다. 눈과 잘 어울리는 하얀 환자복이 아름다웠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흘렸던 눈물의 흔적이 아름다웠다. 그녀가 원망했던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 그녀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의 뼈가 묻힌 이곳이 아름답다.—

잔잔한 바람에 그녀 앞의 꽃이 살랑인다. 그리고 그 꽃 앞에, 그녀를 구하지 못한 무능한 남자친구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그녀와 나눴던 말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분명 나을 수 있을 거야.”

“그럼. 내가 누군데. 너무 빨리 나았다고 투덜대지나 마셔.”

그녀는 세상 자신 있다는 미소를 지었었다.

“여자친구가 다 나았다는데 내가 왜 투덜대냐.”

“글쎄.. 아리따운 여자친구의 환자복 차림을 못 보니까?”

“본인이 예쁜 건 아시나 봐요?”

“네, 네– 저한테 반한 남자가 한둘이 아니라서요."

“어이구? 제가 알던 한유리랑 거리가 좀 있는 얘긴데요?”

“너 요즘 좀 기어오른다?”

우린 평소와 다름없이 서로 머리를 헝클이며 장난치곤 했었다. 도저히 시한부 2개월의 여자아이와 그의 남자친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우린 즐겁게 지냈다. 그녀가 진짜 나을 거라고 믿었으니까.
기적을, 믿었으니까.

기적을 믿었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질 거라고 믿었었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 따위 없을 거라고 믿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금방 나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지금 난,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살을 베는 바람을 맞으며 그녀 앞에 앉아 있다.

그녀는 어땠을까.
나와 함께 해서 즐거웠을까.
진짜 나을 수 있다고 믿었을까.
죽겠다고 결심하기까지 힘들진 않았을까.
내 앞에서의 그 웃음은 억지웃음이었을까.

곧 나는 내 모든 세포가 통증을 느끼는 듯 온 몸이 조각나는 전율에 휩싸였다.
고통. 절망. 혼란.
아프다. 그녀도 아팠을까.
죽고 싶다. 그녀도 이랬을까.
살아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그녀도, 나와 같았을까.—

웃는다. 한 줌의 가루가 되어 사라진 그녀 앞에 앉아, 그녀의 남자친구가, 무능한 내가, 미친 듯이 웃는다.
하늘을 보고 바람을 맞으며, 온 세상이 들어라 웃는다.
몰려오는 모든 감정들을 받아내기에 나의 감각세포 수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사랑했던 그녀를 이해하기에, 내가 가진 감정의 스펙트럼이 너무도 좁다.
하늘에 있을 그녀에게 들릴 정도로, 나는 웃는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조용히 중얼거린다.

"결국 이딴 식으로 쓰일 거였다면, 차라리 감정 같은 쓸데없는 건 없는 편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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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야성 06/21/12:47
감성적인 게 제 취향이네요.
0 공백세계 06/21/06:33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생각할수 없네요.
너무 단조로운 문장이라고 할까요?
프롤로그면 뭔가, 기대감이나 어떻게 이어질까?
어떤 이야기가 계속될까?
호기심이 발동해야 하는데 일단, 나쁘지 않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글쓰시면서 이렇게 표현할까?
저렇게 표현할까?
캐릭터의 입장에서 생각하시면, 조금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0 smrehd 06/21/10:33
프롤로그보다는 결말부 같네요.
2 엽토군 08/11/05:19
좀 신파적이네요. 죽은 모습이 아름다웠다니? 이 분위기 이 퇴폐성을 나머지 부분에서 어떻게 책임지실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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