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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노벨] 갑각 나비 총평
  4 청아비[jangwongi]
조회 1116    추천 0   덧글 3   트랙백 0 / 2019.05.07 00:58:58
이 평은 라이트 노벨 비평가 모임의 평입니다. http://cafe.naver.com/novelgourmet 이 평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평과 의견은 걸러들으셔야 합니다. 이 평에서 한 말을 남이 뭐라 한다고 취소하거나 물릴 생각은 없지만 다른 이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죠. 평가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면 의견을 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의견에 오류가 있다는 걸 두고 말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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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이번 서문은 좀 깁니다. 갑각나비 본문에 대한 평가만 보고 싶다면 2. 개괄적인 평가 항목부터 보셔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오트슨 작가의 데뷔작이자 약 20년 가까이 연재라고 할지 휴재를 이어온 갑각나비가 별안간 완결됐습니다. 도대체 이거 무슨 일이죠? 전 오트슨 작가는 죽었다 깨어나도 완결 못 낼 거라고 생각하고 2019년 만우절 농담으로 미얄이 완결된 세계선 얘기를 했는데 말이죠. 작년과 올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영도 작가도 신작을 썼고요. 룬의 아이들도 3부가 나왔죠. 헤븐즈 필이 영상화되고, 코믹 메이플 스토리가 완결났고, 아카기가 완결났고, 명탐정 코난이 완결된다고 하고....... 그 외에도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났던 것 같은데 다 생각이 안 나네요.

아무튼 그 오트슨 작가의 그 갑각나비가 완결이 나버렸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은 만우절 농담의 메인이었던 류세린 작가의 후속권 집필 뿐이에요. 하지만 뭐 그 사람은 요즘 잘나가고 바쁘니깐.

개인적으론 오트슨 작가에게 애착이 많습니다. 왜냐면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본 라이트 노벨이 오트슨 작가의 미얄 시리즈였거든요. 심지어 1권도 아니라 6권, 미얄의 정장 발매 직후에 친구가 보여준 것부터였죠. 그 이후 뒤로 라이트 노벨에도, 오트슨 작가에도 흠뻑 빠져서 미얄 시리즈 리뷰도 쓰고(그 당시 철없는 마음에 써버린 주제넘은 평은 지금은 지워버렸습니다만) 시드노벨의 열렬한 애독자가 되고, 오트슨 작가의 공개된 모든 소설을 찾아 읽고, 앤솔로지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탐정의 왕을 구매하고 전부 클리어하고, 스토리를 맡았다는 클로저스도 해보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트슨 작가에 대한 평가는 제 안에서 갈수록 낮아졌죠. 연재를 안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보다도, 그냥 작가로써의 역량에 대해서 굉장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 작가에 대한 평가가 낮아진 건 저 뿐만은 아닐 겁니다. 뭐 나무위키의 수정역사를 보면 대부분은 클로저스 시기부터 거품이 빠졌던 것 같지만, 전 허공말뚝이, 그리고 그 이전의 미얄의 정장 7권이 나오고 후속권이 나오지 않을 때 시리즈를 정독하면서 작가에 대한 거품이 빠졌죠. 그 외에도 기타 앤솔로지 단편을 읽으면서 말입니다.

오트슨 작가의 최고의 장점은 글의 절정부에서 독자에게 가하는 임팩트입니다. 그렇게 긴 연중 기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팬들을 유치시켰던 그 원동력은 충격적인 반전에서 나왔습니다. 중학생때까지 대여점 판타지소설을 읽었던 제 장르소설 경험에서 가장 컸던 충격, 그리고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큰 것으로 회상되는 그 충격. 전 그 반전을 봤던 날의 날씨조차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단점은, 그 반전을 내고 난 뒤를 생각 안 한다는 겁니다. 갑각나비도 가장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고 난 뒤 기나긴 연중을 했고요. 미얄 시리즈는 1부, 2부, 1.5부인 허공 말뚝이 전부 충격적인 반전을 내놓은 다음 몇 년간 연중을 해버렸죠. 독자 입장에선 그야말로 엿을 처먹는 겁니다.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에요. 절정부에서 그렇게 반전을 때리고 기대감을 최고로 증폭시킨 다음 연중을 해버린다니까요?

다른 문제도 살펴보면 많긴 합니다. 명백히 호러, 그것도 단편 호러밖에 쓰지 못하는 작가인데 미얄 시리즈는 괜히 당시 대세인 배틀물 느낌, 모에물 느낌 내려고 노력하다가 솔직히 그건 다 망하고 호러와 반전밖에 인상에 안 남았고요. 특유의 악녀 페티시, 개연성을 무시하는 수준의 악역 옹호도 굉장히 거북한 점이고, 사실 미얄 시리즈는 찾아보면 설정구멍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그냥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정. 요컨대 1960년도에도 성공한 '달에 우주선을 보내기' 성과를 올리기 위해 2020년도가 가까운 지금에도 불가능한 '심해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건축물 짓기'를 해버린다던가, 과학자라고 나오는 노먼 교수가 우주공학 연구자인지 신소재 연구자인지 뇌신경 연구자인지 이 모든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초천재인지 잘 모르겠다던가, 1권에서는 분명 입구가 하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도크 구조로 묘사된 심해 연구소가 5권에서는 기이하게도 엘리베이터가 사라져버리고 괴물이 입구에서 짠 하고 나타나버린다던가(이성이 없는 괴물이 엘리베이터를 얌전히 이용했던가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

뭐 그런 거요. 반전을 위해서, 긴장감을 위해서 개연성을 조금 희생한 것이고 결과적으론 엄청난 반전과 충격을 주는데까진 성공했지만 정작 그 이후를 생각하지 못하는 작가. 그래서 완결을 못 내는 작가. 갑각나비는 그런 작가의 데뷔작이었고 작가 맘대로 쓴 만큼 작가의 모든 장점과 문제점이 다 드러나 있는 비운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완결이 나버린 거예요. 이 작품의 결말은 대체 뭘까요? 과연 20년을 기다린(저에겐 10년을 기다린) 그 보람이 있을까요? 그 얘기를 지금 해보도록 하죠.


2. 개괄적인 평가

3권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 갑각나비 그대로였습니다. 어쩌면 문장 수정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잘 모르겠고요, 4권부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더니 5권에선 페미니즘민주좌파혁명근친백합물로 끝났습니다.

아니 뭔 개소리냐고요? 거짓말하지 말라고요? 하하. 벌써 들키고 말았군요. 맞습니다. 설마 20년을 기다린 이 작품, 그것도 기이한 이야기들로 넘치는 이 호러소설이 그런 결말로 끝났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죠.

근친은 아닙니다. 이건 스포일러지만 그건 이미 위에서 경고를 했었죠.

결말에 대해서, 후반부에 대해서 할 말은 많지만 어쨌든 오트슨 작가에 대한 평가를 좀 수정하긴 해야 할 것 같아요. 1,2권은 기존 연재작이고, 3권은 2011년도에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는 완결내고 싶다고 간만에 연재한 그 부분이고, 4,5권이 이전에 공개된 적 없이 새로 쓴 부분인데 4,5권을 볼 때 오트슨 작가는 1권 1장을 연재한 그 시점부터 이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거든요. 만약 초기에 4,5권에 대한 구상이 전혀 없이, 3권을 쓴 시점에서 적당히 짜맞춰 쓴 것이라면 이 작가는 다른 의미로 엄청난 천재인 겁니다.(이 출판본에선 이전에 나온 내용을 수정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일부러 확인 안 할게요.)

그러니까 제 생각엔 오트슨 작가도 갑각나비의 4,5권이 독자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전달될지 알았던 것 같아요. 이건 좀 이상한데? 이건 좀 어설픈데? 이건 좀 조잡한데? 뭔가 독자들이 원한 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연중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말이죠.

이 작품은 의외로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고, 심지어는 '결말을 듣지 못한 이야기'와 '밝혀지지 못한 최종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나긴 휴재 기간이 작품에 대해 작가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작중 내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안 듣느니만 못하는 이야기, 모든 진실을 알아서 불행해진 독자. 뭐 그런 거네요.

이 비운의 명작의 결말은 생각보다 볼품없고, 추하며, 솔직히 말해서 기대치보다 낮고 우리가 기대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한 그대로였죠.

도대체 왜 결말이 별로라고 하는 거지? 부분에서 미리 말하건데 페미니즘민주좌파혁명 요소 때문은 아닙니다. 그리고 전 백합물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죠. 어쩌면 근친이 아니었던 것 때문일수도 있겠어요....... 배덕감이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뭐 이것도 농담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인상비평은 그만두고 본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3. 갑각나비라는 작품

갑각나비는 치료사 레이즈에 대한 기이한 이야기로 시작된 호러 소설이었습니다. 네. 이 작품의 장르는 호러였어요. 오트슨은 호러 소설을 쓰던 작가였고, 미얄 시리즈에서 이능배니 모에니 시도해봤지만 결국 호러로 귀결됐죠. 작가로서의 본질이었습니다.

첫 번째 파트는 치료사 레이즈와, 기이한 왼팔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옴니버스 식이었고, 두 자매에 대한 이야기와 치료사 레이즈에 대한 이야기로 나눠서 진행되었습니다. 1권 1장에서 언급된 극중극처럼요. 각 이야기는 단편 소설로써도 충분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는데 작은 연결고리와 수수께끼 같은 단서들을 흩뿌려서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궁금했어요. 그리고 두 번째 파트에서는 첫번째 파트에서 나눠진 이야기들을 한데 모음과 동시에 보다 거대한 반전을 준비하고 이윽고 터트려버렸습니다. 이 시점에서 독자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는데 정말 긴 연중이 있었고요. 그리고 나온 3권. 마견은 또 하나의 수수께끼를 밝히고, 하나를 더 던져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더 이어져 이제껏 본 적이 없었던 4권에서 자매들에 대한 이야기가 완전히 해결되고, 드디어 5권. 최종장인 세 번째 파트, 마지막 장에서 레이즈가 대체 누구인가, 그가 일으킨 일들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이야기의 모든 진실이 무엇인가...... 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문제는 그거였어요. 1장에서는 긴장감을 높이고, 2장에서는 반전을 연달아 터트리며 스토리를 진행했는데 그토록 모두가 기다렸던 3장에서 밝혀진 진실이 다소 뜬금없을뿐더러 어떤 의미에서는 시시했다는 거.


4. 러브크래프트 1승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에 대한 공포다.] 러브크래프트의 말이죠. 온갖 곳에서 인용된 이 말이 정확히 이 소설에 적용된다고 봐요. 왜냐면 미지가 전부 벗겨지고 레이즈가 무엇인지, 이 모든 이야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완전히 깨달은 순간 갑각나비가 지니고 있던 모든 경이와 그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었던 충격이 저에게서 다 사라져버렸거든요.

작가는 연재를 빨리 하던가 아니면 연재를 영원히 안 하던가 둘 중 하나를 했었어야 했을 것 같아요. 기다릴수록 기대치는 높아지고, 레이즈와 이 기이한 이야기들에 대한 신비감과 경이로움은 점차 높은 경지로 나아갔는데, 모든 진실을 밝히자 이게 범작으로 전락해버렸어요.

오트슨 작가는 이걸 알았겠죠. 사실,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고치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사람이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끝없이 연재를 하지 않는 것이었죠. 이 진상을 감추기 위해서요. 어쩌면 더 나은 결말을 고민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제 생각과는 달리 이런 의도가 없고 그냥 게으른 것이었을 수도 있죠.

아무튼 결과적으론 그냥 포기하고 생각했던 걸 다 까발리기로 한 겁니다. 4,5권 내용을 보면 명백해요. 초기에 작성된 1,2권. 그리고 보다 나중에 작성된 3권과는 달리 4,5권은 사건을 전개하고 이야기의 진실을 조리있게 서술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다소 부풀어 있었던 묘사가 이 소설의 특징이기도 했는데 기나긴 휴재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 그러한 매력은 다 잃어버리고 만 겁니다.

미지에 대한 경이감이 사라졌기 때문만에 불평하는 건 아닙니다. 원래 호러라는 게 그런 거니까요. 앞서 말했지만 그냥...... 진실이 좀 시시해요. 뜬금없고요.


5. 러브크래프트 2승

오트슨 작가의 다른 작품인 미얄 시리즈도 인간과, 꿈, 기이한 발명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허공말뚝이에서 우주로 날아가 버렸죠. 클로저스 역시 우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설마 갑각나비도 그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전혀 언급된 역사가 없던 초월적인 존재와 세계의 진리 등등이 연달아 튀어나오더니 모든 것이 해결되어버렸어요. 당혹스러워요. 물론 판타지 세계관이고, 신에 대한 언급은 계속 나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해결법은 아니었습니다. 호러다운 해결법을 택할 줄 알았죠.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복선을 회수하거나 아니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나 세계의 비밀을 다루고 있는 것치고는, 여태 봐온 갑각나비와는 다르게 물리력과, 심지어 파이어볼로;; 문제를 해결해버렸습니다. 무슨 배틀물처럼요. 근접 딜러, 마법사, 힐러. 조합을 갖추고 강력한 최종보스를 쓰러트렸죠.

이 소설이 막판에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얼마나 급급했냐면 마지막 권의 1/3 쯤에서 최종장이 시작하고, 모든 진실을 순식간에 토해내고 클리셰 범벅인 마무리...... 무슨 클리셰가 나왔는지 듣고도 못 믿으실 겁니다.

"드디어 내 안에 신의 힘을 담아, 완전체로 각성하는데 성공했다!"
"내가...... 신의 힘을 가진 이 내가 무너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몰랐나보군, 신의 힘을 쓰러트릴 수 있는 유일한 것. 그것은 바로 인간의 의지다!"
"이것이 사랑의 힘이에요. 사랑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
"아아. 그래. 이제 모든 문제는 젊은이들에게 맡기자고."
"잘 있어! 또 하나의 나! 나중에 다시 만나자!"
"네. 모든 힘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인간으로 살아가려고요."
"동무. 보이십니까? 드디어 우리가 꿈꾸던 혁명이 달성될 날이 온 겁니다......"
"다녀왔어." "어서와."

대충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 뭐 실제로 이런 말들이 나온 건 아니지만 대충 느낌은 아실 겁니다. 무슨 소년만화가 아니라 갑각나비 최종장에서 나온 장면이에요. 이게 어디서 봤다고는 말을 못하겠는데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유희왕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뭐 어디선가 나온 장면들의 연속이에요.

그 어느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진 작품의 해결 방식, 그리고 결말로는 너무 실망스럽죠.


6. 민주화혁명 엔딩

그...... 민주화 혁명이라는 소재 자체를 비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제국이 무너지고 독재자가 쓰러지고 사악한 흑막, 마법사 다 쓰러지고 민주국가 결성하는 게 사람들 죄다 파멸시키고 커플들 죄다 죽이고 강간 유산 살해 등등보단 훨씬 낫죠.

근데 솔직히 조금도 안 와닿았습니다. 이 작품의 악역들이 '높으신 분들' 이긴 했죠. 복선도 있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독자들이 이 작품에서 악역이라고, 최종보스라고 생각했던 건 그런 높으신 분들이 아니라 기이한 사건들의 근원인 레이즈였단 말이죠.

레이즈는 악역이 아니었고, 로반트의 식도락가들도 악역이 아니었고, 진정한 악역이 등장하긴 했는데 갑툭튀고, 그 진정한 악역이 사악한 독재자, 민중을 탄압하는 지배자의 위치를 대변했느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닙니다. 원인이긴 하지만 그것이 최종 목적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었죠. 근데 그러면 민주화 혁명으로 해피엔딩이라는 식의 결말은 좀 이상하지 않나??? 작중 세계가 독재 장기집권 체제가 된 건 악당의 목적이 아니라 부가적으로 따라온 거였는데 악당이 저지른 모든 짓을 수정했다! 라고 설명하기엔 좀 애매한 감이 있습니다.

그러면 악당의 진정한 목적, 진정한 짓을 제대로 응징하고 수정하면 좋은 결말이 됐을까요? 전 그것도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럴 수가 없었어요. 이 작품의 메인 악역은 딱 오트슨스러운 악역이었어요. 막 자기 광기에 빠져서 세계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악당. 동기는 극도로 사소한데 그 극도로 사소한 동기 때문에 세계 전체가 놀아나는 겁니다. 작중 내에서 그것을 계속해서 주지시키죠. 악역의 동기는 너무나도 시시하다. 그러니까, 애매하게 민주화 혁명 엔딩으로 구색만 맞춘 겁니다. 악역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대신 그가 뿌린 똥을 치운 거죠.

오트슨 작가의 작풍의 한계인 것 같아요. 시시한 악역의 동기로 인해 세계와 사람들이 파멸해간다. 확실히 공포스럽고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것을 멋지게 해결하는 방법을 오트슨 작가는 아직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미얄 시리즈 1부 2부 허공말뚝이 클로저스 심지어 갑각나비까지. 최후의 악역은 승리에 가까운 패배를 경험하고, 가장 나쁘고 짜증나고 만악의 근원처럼 보이는 놈은 갑자기 아군처럼 변하더니 응징은 어디로 갔는지 어물쩡 해피엔딩을 맞이해버리죠. 모든 게 해피엔딩 같은데도 기분이 나쁜 건 그런 이유에 있을 겁니다.


7. 총평

그렇다고 이게 못 읽을 작품이냐? 용두사미의 표본이냐? 소설계의 듀크 뉴켐 포에버냐? 오트슨 작가가 20년을 기다린 독자들에게 준 최악의 엿이냐? 그렇게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왜냐면 재미로 따지자면 실망했습니다만, 기술적 완성도는 아주 높거든요. 모든 복선을 다 회수하고 모든 의문을 다 해결하고 모든 갈등과 캐릭터 서사를 전부 풀어나가고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찜찜하긴 하지만 어쨌든 남은 문제는 없어요.

전 이 작가가 결국 완결을 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어요. 그리고 완결을 낼 수 있는 작가라는 것에 말이에요. 이 작가는 반전만 터트리고 수습하지 못하는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그 뒤를 생각하고 결말도 만들 수 있지만 그 결말이 본인 스스로에게도 성이 안 차서 고민하는 작가였을 뿐이었던 거죠. 무난한 결말을 냈고, 독자로써는 실망했지만, 작가로써는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끝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출판본에는 수록되지 않은 갑각나비 '연중' 화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하지만 오트슨 작가는 미완의 완성작으로 남는 길을 결국 행하지 않았어요. 어쨌든 자기가 생각한 결말을 내는 길을 택했죠. '연중' 화의 그 소설 작가처럼 말이에요.

그 선택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지금 쓰고 있다는 미얄 시리즈의 후속권을 기대할게요. 어쩌면 또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제가 가장 먼저 봤던 작품의 그 끝을 반드시 보고 싶어요.

작성자에 의해 2019.05.07 08:26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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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아비  lv 4 95% / 1475 글 145 | 댓글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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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판매용 05/07/10:58
평이 좋았던 작품이라 굳이 리뷰 읽고 스포 당하지 말고 그냥 읽기를 추천
0 코카콜라 05/07/02:33
와 얘는 10년간 꾸준하게 이짓하고있네...
여전히 패스트푸드 미식평론가컨셉 유지하는거보면 오져진짜;
4 청아비 05/07/03:02
그러게요. 저도 제가 이걸 이렇게 오래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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