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추천   / 글 번호 578211   
  시간나면 한번쯤 들러들 보셔요
  0 Gm베르[ksd940227]
조회 1110    추천 0   덧글 2   트랙백 0 / 2019.04.27 01:02:20

전장에서의 정의란 곧 힘.

 

숫자, 무장, 훈련도, 개개인의 무력을 전부 포함한 힘의 격차가 승패를 좌우한다.

 

약자는 패배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강자만이 살아남아 후세까지 이름을 떨친다.

 

지극히 당연하고도 잔혹한 진리는 그날의 전투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셀페시암스의 철혈중갑병단을 중심으로 조직된 왕하 군단 8.

이에 맞서는 기사단의 병력은 고작 54. 항복한 포로로 대충 수만 채운 이들은 오합지졸이나 다름없었다. 정예라 할 만한 이는 고작 12. 그것도 전장 양쪽에 깔린 숲 때문에 제 위력을 펼치지 못하는 기병과 신탁의 기사 다섯이 고작인 절망적인 상황.

모든 것이 왕군의 승리를 가리키고 있는 가운데, 양군의 선두가 맞부딪혔다.

시작은 절대다수의 예상에서 빚나가지 않았다.

살벌하게 진격하는 철갑병들과 짚단처럼 쓰러지는 병사들.

검은 외눈의 소년이 분투하였지만, 수의 폭력 앞에 장사는 없었고 기사단의 진형은 구겨지기 시작했다. 밀가루 덩어리처럼 두껍던 기사단의 중앙진이 밀리고 또 밀리고, 열광에 취한 왕군의 병사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나아가길 반복했다.

패색이 짙어진 기사단.

승리를 눈앞에 둔 왕군.

전투가 종반에 접어들고, 기사단의 좌우 진열에 대기 중이던 기병들이 박차를 가한 순간,

전장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포기하지 마라!

 

종횡무진 검을 휘두르며, 사신처럼 폭풍처럼 수천의 병사들을 벤 소년이 외쳤고, 이판사판이 된 기사단의 선봉이 공포를 씹어 먹고 일어섰다. 이를 비웃으며 검을 휘두르려 한 중갑병들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검을 휘두를 반경이 되지 않았다.

너무 깊게 파고든 나머지 어느새 적들에게 포위된 상태였다.

 

공간이 부족하고 숨이 막혔다. 짓눌릴 것 같아 어느 중갑병이 멈추라고 외쳤지만, 거센 파도가 멈출 리가 만무. 갑옷이 찌그러질 정도의 힘을 과시하며 동료들은 진격했다.

 

독안에 든 쥐.

 

기사단은, 당해온 울분을 토해내는 것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중갑병들을 잔혹하게 도륙냈다.

분노라는 단순 원리로 지배된 전장의 집단의식. 철갑이 우그러지고 내장이 흩날리고, 머리가 솟구쳤으며 미치도록 아름다운 핏빛으로 저녁노을이 불탔다.

뒤바뀌기 시작한 흐름에 결정타를 가하듯 박차를 가했던 기병대가 중갑병들의 후미를 급습해왔다.

모루 위에 올라간 강철을 두들기는 망치처럼,

되돌아서려는 왕군을 짓밟으며 기병대가 질주했다.

 

그 전장에서 생환한 왕군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판타지스타가 설계하고, 반룡의 기사가 지휘했으며 까마귀 악령으로 기억될 신화.

 

힘의 격차를 뛰어넘어 기사단이 승리를 거머쥔 그 날을 기억하며 사람들은 칸나에 회전이라 부른다.






전투 이름을 보고 짐작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 전투가 모티프가 맞습니다.

까마귀 악령은 수천명을 베어넘겼다고 나오는 소년의 악명이고요.

모자란 글 읽어주신 끝에 이 글귀를 본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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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Gm베르  lv 0 72% / 72 글 9 | 댓글 8  
작가 지망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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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지나가는상인 05/06/10:01
언제 봐도 베르님의 표현력은 꽤나 훌륭합니다. 살짝 상황의 전개를 한눈에 알 수 있게만하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제대로 맘 잡고 소설을 쓸 생각은 있으신가요?
0 Gm베르 05/17/03:41
늘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설은 당연히 집필하고 있습니다. 1권 중반정도까지 진도가 나갔는데 작품이 완성되는 대로 공모전에 나서볼 생각입니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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