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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 크리스마스 이야기.
  운영자 시드지기[seedadmin]  
조회 51450    추천 12   덧글 48   트랙백 0 / 2014.12.24 18:06:59


# 크리스마스 이야기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뭐가 떠오를까.
세현에게 여러 가지로 주입식 교육을 받은 나는 안타깝게도 산타복을 입은 미소녀가 허벅지와 배를 내놓고 애교를 떠는 그런 장면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도 어쩌면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빨간 선물 주실 겁니까, 파란 선물 주실 겁니까.”
그 옷을 입은 대상이 세희라는 것이 문제지만.
나는 잠시 눈을 비비고서 내 시신경에 이상이 없다는 것과 세희의 이마를 만져서 열이 없다는 것까지 확인한 뒤 말했다.
“술 취했냐.”
세희는 대답 대신 소매에서 16년산 다니엘 잭을 꺼냈다. 찰랑거리는 호박색 액체가 아름답다.
“마셔드립니까.”
세상이 멸망하는 일이 있어도 그런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나는 잽싸게 세희의 손에서 핵폭탄 스위치를 뺏었다.
“19세 미만 청소년의 음주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뚜껑 따서 싱크대에 버릴 거니까 걱정 마라.”
세희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사실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합니다.”
우리 집이 번화가와 가깝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네 옷차림을 보면 이미 반쯤 취한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에 남자 친구를 위해서 이벤트를 벌이는 여성분들을 술주정뱅이로 취급하시다니. 주인님께서는 목숨이 아깝지도 않으신 겁니까?”
“난 그런 말 한 적 없으니까 마녀사냥 하지 말고.”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속을 감추고 있는 세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보다 그 옷을 입은 이유나 말해라.”
“그건 내가 말해 주겠느니라!”
내가 세상에서 무서워하는 것 중의 한 가지가 이상한 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랑이다. 랑이는 어린아이 특유의 행동력과 호기심, 그리고 추진력이 있어서 어어 하고 따라가다 보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후가 되거든.
그리고 불행하게도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고.
도대체 내 방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문을 박차고 나온 랑이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세희가 오늘은 착한 아이가 선물을 받는 크리스마스라고 알려줬느니라!”
……뭐라고?
그 잘못된 상식에 나는 분노하며 랑이에게 척척척 다가가 어깨를 움켜잡았다.
“으냐아?”
당황한 랑이가 머리카락으로 물음표를 만들며 나를 올려다본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여의치 않고 진지하게 랑이에게 말했다.
“랑이야. 크리스마스에는 착한 아이가 선물을 받는 게 아니라 돈 있는 집의 아이가 선물을 받는 날이야.”
“히이익? 서, 성훈이가 이상하게 무섭느니라!”
랑이가 겁에 질려도 나는 할 말을 해야겠다. 이것은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선물을 받지 못한 한 때문이 아니다. 랑이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야.
“그러니까 그런 잘못된 생각을 하면 안 돼. 알겠지? 크리스마스라는 건 원래의 의미가 모두 사라진, 돈에 눈이 먼 어른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서 부풀린 가식과 거짓으로 가득 찬 날일 뿐이라는 것과…….”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했다.
“이 세상에 산타 같은 건 없다.”
랑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오들오들 떨며 눈가에 눈물을 맺힌 채 그저 고장 난 기계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오늘 잘못된 사상을 가지고 자라날 수 있는 어린아이를 계몽시켰다는 자부심으로…….
“참 잘했느니라, 이 멍청한 놈!”
순간. 냥이가 방에서 달려 나와 멋지게 뛰어올라서 내 머리를 담뱃대로 내리쳤다. 아파!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화가 난 냥이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도대체 우리 흰둥이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이느냐?! 어린애의 꿈과 희망을 그렇게 박살내는 것이 네 놈이 말하는 사랑이란 말이냐!”
“나, 나는 어린애가 아니니라! 당장이라도 어른이 될 수 있단 말이니라!”
랑이가 발끈 해서 꼬리를 바짝 세우고 볼을 부풀렸지만, 여동생 러브러브 언니에게는 그저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 같다.
“그런 말 하지 말거라. 흰둥이는 어린애의 모습으로 있을 때가 귀여우니라. 저 놈도 그리 생각할 것이니라.”
은근슬쩍 내게 말꼬리를 돌리며 눈꼬리를 올린다. 자신의 언니가 능글맞다는 것을 모르는 순진한 랑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정말이느냐?”
냥이가 찌릿하고 노려보았지만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이것은 냥이의 함정이다. 내가 여기서 그렇다고 하면 로리콘 확정이 될 것이고 아니라 할 경우……. 나의 양심이 찔릴 테니까.
왜.
뭐.
어쩌라고.
랑이는 어릴 때가 더 귀여운 것 맞잖아.
“성훈아, 진짜이느냐?”
지금처럼 두 눈에 가득히 기대를 품고서 반짝반짝 거리는 호박색 눈동자로 바라보는 랑이만큼 사랑스러운 아이가 또 누가 있을까.
나는 결국 양심을 지키기로 했다.
“그래, 랑이야.”
“우헤헤헤~.”
랑이가 기뻐서 팔짝팔짝 뛰더니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외치듯 말했다.
“이겼느니라~!”
뭘. 도대체 뭘 이긴 거냐. 어찌 되었건 이대로 쭈그려 앉아 있는 것은 미관과 정신 건강 상 좋지 않을 것 같다. 이젠 머리가 아프지도 않고.
나는 웃차 하고 일어나 소파에 가서 털썩 앉았다. 그러자 랑이가 종종종 다가와 읏챠, 하고 내 무릎 위에 엉덩이를 들이민다. 그 허리를 잡아 랑이의 등과 내 배를 딱 붙게 만들고서 슬쩍 냥이를 보니 이 정도는 이해해 주겠다는 듯이 흥, 하고 콧소리를 내더니 내 옆에 앉아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우리 흰둥이에게 이상한 짓이라도 해 봐라. 내 너를 친히 벌해 주겠느니라.”
“안 해.”
이상한 짓을 할 거라면 옛날에 했다. 나는 인내심과 자제심으로 무장한 철벽 인간이라고.
그런데 말이다.
“야.”
“예.”
“넌 도대체 어디 앉은 거야?”
“공기 소파 모릅니까.”
그런 거 모른다.
세희는 내 눈 앞의 허공에 걸터앉는 신기를 보여주었지만, 나는 이 녀석이 물속에서 불을 뿜어도 별로 신기해하지 않을 자신이 있기에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왜?”
“어떤 선물을 주실지 말씀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
세희의 말에 랑이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머리카락까지 쫑긋 세웠다.
“맞다! 깜빡하고 있었느니라!”
영원히 깜빡하고 있는 게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다시 잊어주면 안 되겠니?
“오늘은 크리스마스 아니느냐?”
“아니다.”
“으냐아?”
당황하는 랑이에게 나는 달력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야.”
“이브? 그게 무엇이느냐?”
“그러니까…….”
나는 랑이가 그 개념을 알아듣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 주었다.
“까치 설날 같은 거야.”
“아우우우?”
까치도 제 말하면 온다는 속담이 있었나? 자기 방에서 나온 치이가 거실로 슬금슬금 걸어오더니 내게 말했다.
“오라버니, 부르신 거예요?”
귀도 좋아라.
나는 웃으면서 아니라고 말하며 비어있는 내 옆자리를 두드렸다. 치이는 귀 윗 머리카락을 파닥이면서도 내 말대로 이쪽으로 오다가 중간에 세희에게 포획 당해서 무릎 위에 강제로 앉히게 되었다.
“꺄우우우~?! 왜, 왜 그러시는 건가요?”
갑작스러운 납치극에 치이가 몸을 부르르 떨며 세희를 본다. 세희는 사나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많이 크셨더군요, 치이 님.”
“꺄우우우?! 뭐, 뭐가 컸다는 건가요?”
“아실 것 없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크는 건 안주인님께 좋지 않으니 오늘은 제 무릎 위에 앉아 계시지요.”
“아우, 아우우우…….”
반론은 용납하지 못한다는 듯한 세희의 말에 치이는 침울해져서는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치이의 시선이 비어있는 내 옆자리에 꽂힌다.
그때.
[명당 확보!]
폐이가 하늘을 날아와 공중에서 세 바퀴를 휙휙휙 돌더니 거기에 앉았다.
너, 지하철에 가면 자리 잘 찾아 앉겠구나.
폐이가 자신이 점찍어둔 자리에 앉자, 치이가 세희의 무릎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도 잊고 머리카락을 파닥이며 말했다.
“아우우우!! 거기는 제가 앉으려고 했던 거예요! 폐이는 나오는 거예요!”
[먼저 앉는 요괴가 임자.]
“그렇게 주인님 옆에 앉고 싶습니까?”
세희가 치이의 머리에 턱을 기대며 묻자……. 치이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 그런 건 아닌 거예요.”
“그러면 가만히 있으시지요.”
“아우우우…….”
치이는 더 이상 말을 해봤자 안 좋은 꼴만 당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치이의 시대는 감! 이제는 나의 시대!]
넌 뭘 그렇게 좋다고 기세등등하냐.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폐이는 야릇한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내 허리를 껴안고서는 글을 썼다.
[날씨 추움. 안아 줘.]
네가 말하는 ‘안아 줘’와 내가 생각하는 ‘안아 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강 같은 거리가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일단 피식 웃고는 내 식대로 어깨를 안아 내 쪽으로 당겼다. 랑이가 살짝 볼을 부풀리며 자신의 배에 두른 손을 한층 더 자신 쪽으로 파고들게 만드는 게 귀엽다고 할까.
“키이잉? 왜 나만 빼고 놀고 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야가 어딘가 짜증이 난 목소리로 말을 하며 나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쓴 웃음을 지었고 아야는 내 무릎 위와 양 옆을 본 다음, 한층 더 기분이 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자리는?”
아야의 말에 랑이와 폐이가 재빠르게 말을 하고 글을 썼다.
“성훈이의 무릎 위는 내 특등석이니라.”
[빠른 요괴 임자.]
“그러려고 나 빼놓고 간 거지?!”
랑이와 폐이가 고개를 싹 돌리는 것과 함께 아야가 꼬리를 붉혔다.
그런 거 가지고 화 내지 마. 여우불 낼 준비하지 마. 집이 불타면 세희에게 혼난다.
“키이이잉…….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이 치사꾼들.”
그리고 아야는 내 앞에 와서는 랑이의 다리를 냥이 쪽으로 돌렸다.
“으냐앗?”
랑이의 몸이 자연스레 옆으로 틀어졌고, 냥이가 이놈이 지금 우리 흰둥이에게 무슨 짓을? 하고 아야를 보았지만, 랑이의 다리가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라왔다는 사실에 화가 누그러들었는지 이번만은 넘어가기로 한 것 같다. 냥이의 허벅지를 만족스럽게 쓰다듬는 걸 보면 알 수 있어.
“다리 벌려 봐, 아빠.”
……내가 하면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구나. 나는 조금 당황하면서도 지하철에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처럼 두 다리를 벌렸다.
“키히힝~.”
그리고 아야는 방석을 가지고 와서는 그 사이에 앉았다. 그러고서는 두 팔로 내 다리를 겨드랑이 사이에 낀다.
“이것도 좋네.”
“……좋냐.”
……상당히 묘한 기분이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정말 묘한 기분이다.
“그럼 오실 분들도 다 오셨으니 슬슬 다시 이야기를 되돌리지요.”
안 돼. 돌아가. 되돌릴 생각 없어.
“내일은 크리스마스입니다.”
내 생각을 거의 완벽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가뿐히 무시한 세희가 말을 이었다.
“그러하니 지난 한 해 동안 착하게 지내신 분들을 위한 선물을 주인님께서 손수 마련해 주시는 것도 좋은 추억이…….”
“잠깐. 내가 주는 거냐?!”
“그러면 설마 그 나이 먹고 선물 받길 바라시는 겁니까.”
네가 할 말 아니다.
“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지금 주…….”
아차!
나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나는 위급 상황에서는 그 누구보다 잘 돌아가는 잔머리를 이용하여 이상하지 않도록 말을 바꿨다.
“주려고 생각하니까 요괴가 너무 많아서.”
“으냐아! 지금의 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니라!”
귀와 꼬리부터 숨겨라.
“아우우우! 제 어디가 사람 같지 않다는 건가요?”
귀 윗 머리카락이 파닥이는 사람 봤니?
[돈이 문제? 필요하다면 주겠음.]
그런 건 선물이라고 하기 그러니까 돈 뭉치 꺼내지 마라.
“킹킹~. 난 아빠가 딸을 가장 먼저 챙겨줄 거라고 믿고 있어.”
믿고 있다면서 손톱 세워서 종아리 훑지 마.
“핑계 거리 대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주인님.”
넌 박수치면서 씁쓸하게 웃지 마.
나는 이 모든 상황에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 사실 생각을 못하고 있었단 말이야.”
세희가 입꼬리를 슬쩍 올린다.
“정녕 그러하십니까.”

이 자식. 눈치 챘구나.
“그래.”
그래도 잡아떼자.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선물에 대한 건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
“괜찮습니다, 주인님. 제가 그럴 줄 알고 준비를 해 두었으니까요.”
세희가 소매에서 꺼낸 것은 ‘어린애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재봉 인형 도구 모음집’ 이라고 적혀 있는 박스 다섯 개였다. 박스에는 인형의 완성품이 그려져 있었는데 각각 백호, 흑호, 까치, 까마귀, 여우, 세희가…….
“마지막은 뭐냐.”
“덤입니다.”
덤의 임팩트가 너무 크다.
“이걸 주인님께서 가장 착하게 지냈다고 생각하시는 한 분께 직접 만들어서 선물을 해 주시지요. 아무리 무능한 주인님이라고 해도 만드는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내가 할 일이 늘었구나.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가…….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이것은 전장의 분위기다.
조금 전만 해도 나름대로 화목하게 지냈던 아이들이 갑자기 사방에 적이 생긴 것 같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상대를 견제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잠깐, 뭔가 이상해. 이게 그리 중요한 거냐? 나는 사태의 수습을 위해 허둥대며 말했다.
“다들 착한 애들이니까 모두한테 주면 되는 걸 왜 한 녀석만 줘?”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누그러졌지만,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주인님의 근성 상, 만들 수 있는 인형이 하나가 한계일 겁니다.
세희의 애매한 말이 기름에 불을 붙였다.
상대방의 눈치만 보던 아이들은 각자 자리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요괴 대 전쟁이 일어나겠군. 그래도 다행인 것은 냥이는 그 사이에 끼지 않았다는 거다. 봐, 얼마나 제정신인지 언제든지 담뱃대로 내 머리를 칠 준비 중이잖아!
이유 없는 폭력이 나를 덮친다!
“넌 또 왜?!”
“이런 상황에서 네 놈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느냐? 이럴 때는 당연히 우리 착한 흰둥이에게 선물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시스콘 호랑이를 원래 자기가 있던 별장에 돌려보내고 싶어졌다.
“그러하느니라!”
랑이가 목소리를 높이고서는 고개를 자신 쪽으로 강제로 돌렸다.
“성훈아, 난 너와 만난 후로 네가 싫어할 만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느니라. 그러니까 내가 가장 착한 아이가 아니겠느냐?”
뭐라도 하기 참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주물러서 고개를 슬쩍 돌아보니,
“아우우우, 오라버니. 어깨가 많이 뭉친 거예요.”
실력 행사에 나선 치이가 있었다.
[성훈, 용돈 필요함?]
그리고 여기, 검은돈을 내 주머니에 쑤셔 넣는 세속에 찌든 까마귀 요괴 녀석 좀 봐라.
나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돌려주며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그 전에 폐이가 하늘을 날았다.
[>ㅇ<]
치이의 크로스라인이 정확하게 폐이의 목을 밀듯이 친 것이다!
아니, 치이야! 너 그런 아이 아니잖아?!
“아무리 폐이라고 해도 오라버니의 수제 인형을 빼앗길 수 없는 거예요.”
헉헉, 하고 숨을 내쉬는 치이와 저 쪽에서 [@_@] 하는 글자를 허공에 띄운 채 기절해 있는 폐이를 보고 있자니 일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 경쟁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은 경쟁보다는 협동을 배워야 한다는 것, 잘 알겠죠?
잠시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사이, 아야가 내게 다가와서 슬쩍 내 가슴 밑에 손을 대며 말했다.
“키히힝~. 밥보들. 인형 받는 건 난데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어. 그렇지, 아빠?
은근슬쩍 손톱 세우지 말라니까. 무섭다니까. 거기다 넌 눈매가 조금 날카로워서 그런 표정을 지으면 효과가 두 배라고.
“으냐앗! 성훈이는 나의 낭군님이니라!”
“아우우웃! 저의 오라버니이기도 한 거예요!”
[그 전에 내 둥지임!]
“키이이잉! 우리 아빠한테 이상한 기대하지 마!!”
나는 사태가 더 이상 과열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한숨을 쉬고서 말했다.
“알았어. 선물을 받을 사람은 내가 생각해 볼게.”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끼며 말을 잇는다.
“단, 선물은 너희들이 잠들 때 줄 거야.”
“으냐앗?! 왜 그러느냐?!
“아우우우! 그냥 주시면 되는 거잖아요?”
[밀당 하는 거 안 좋음. 그냥 주기.]
“키히힝~. 은근히 로맨티시스트네, 아빠.”
“호오, 그렇게 나오셨습니까.”
가지각색의 반응에 나는 머리를 싸매고 싶은 것을 참으며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건 원래 잠들어 있을 때 몰래 주고 가는 거야. 그럼 그렇게 알고 기다려.”
일단 도망이다. 나는 코트를 챙겨 들고 집 밖으로 나갔다.

크리스마스이브인 만큼 길거리는 사랑하는 연인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지금 따듯한 집 놔두고 밖에서 혼자 뭐하나 싶어 쓸쓸해지는 기분이 들어 인적이 드문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을 단 번에 타파할 방법을 열심히 생각해 봤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세희, 그 망할 녀석. 일을 꼬이게 만드냐.
“하아…….”
나는 한숨을 쉬고 근처 벤치에 잠깐 앉아서 눈꽃이 핀 나무를 바라보며 마음의…….
응?
사이 아래쪽에 뭔가 익숙한 게 있어서 자세히 보니, 나무에서 삐죽 튀어나온 채 살랑거리고 있는 흰색 꼬리였다. 내 한숨이 호랑이를 부른 것 같네.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거기서 뭐하냐, 랑이야.”
“으냐앗?”
랑이의 꼬리가 삐쭉 서는 게 눈에 보인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랑이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랑이는 없느니라~.”
자기도 들킨 거 알면서 일부러 한 말이겠지.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나와.”
그제야 랑이가 나무에서 쏘옥 나와서는 쪼르르 내게 다가와 왼쪽에 앉았다.
“헤헤헤헤.”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손을 들어 자기 귀를 살살 긁는다. 그래서 나는 랑이의 머리에 손을 올려서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왜 그래?”
“착한 짓 하러 왔느니라.”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속 보이는 짓이라 부끄러워했던 거구나.
“그런 짓 안 해도 랑이는 착하잖아.”
“하지만 다른 아해들도 다 착하느니라. 그러니까 난 더욱 더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하느니라!”
랑이는 선택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픈 과거가 있는 아이다. 그걸 알기에 나는 씁쓸한 웃음이 지어졌다.
“어떻게?”
“이렇게 말이니라.”
랑이는 벤치 위에 발라당 눕더니 두 손을 웅크린 채 내 허벅지에 볼을 비비기 시작했다. 마치 애교 많은 고양이가 주인에게 같이 놀아달라고 떼를 쓰는 것 같아서…….
힘들어. 참기 힘들다. 코피 흘릴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참지 않기로 했다.
“으냐앙?”
나는 주저앉아서 랑이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으헷? 차, 차갑느니라!”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말랑말랑한 배를 살살살 간지럼 태우니까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히히힛, 그만, 그만 하거라~!”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다. 몸을 꿈틀꿈틀 거리면서 내 손길에 즐거워하는 랑이를 보고 있자니 내 마음 속의 모든 고민이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 아래의 눈처럼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든다.
“요 녀석, 너무 속이 빤히 보이잖아.”
배에서 허리로 손을 옮겨 간지럽히자 랑이의 몸이 활처럼 튕기며 부들부들 떤다. 이러다가 지쳐서 쓰러질 것 같아서 손을 멈추니 랑이가 하악하악 숨소리를 내면서 뭔가 범죄의 느낌이 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뭐지. 난 단순히 간지럼을 태웠을 뿐인데.
자기 자신의 행동과 범죄와 철창과 수갑의 연관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랑이가 허리 힘으로 몸을 일어나 앉아서는 약간 겁이 섞인 눈빛과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래서 싫으느냐?”
“그럴 리가 있냐.”
너무 빤히 보여서 오히려 귀여워 보였는데. 나는 랑이가 안심할 수 있도록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랑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좋아하는 것을 확인하고서 나는 말했다.
“이런 거 안 해도 괜찮아, 랑이야.”
“그래도 성훈이가 직접 만들어 주는 선물은 꼭 받고 싶으니라.”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눈이 빛난다. 그렇다고 빔 쏘지 마.
“진짜이느냐?!”
“내가 너한테 거짓말 하는 거 봤냐?”
“아니, 아니니라! 본 적 없느니라!”
머리를 휙휙 흔들면서 필사적으로 말하는 랑이가 귀엽다.
“그러면 집에 가서 애들하고 잘 지내고 있어. 이상한 거 가지고 싸우지 말고.”
“응! 알겠느니라!”
호랑이에게 날개가 달린 것처럼 사뿐사뿐 날아갈 듯이 랄라라~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랑이를 보자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랑이의 따스함을 느꼈기 때문일까. 랑이가 집으로 돌아가자 갑자기 추워진 기분이 들어 몸이 살짝 떨리고 입에서 불만 같은 소리가 나왔다.
“후우~. 춥네.”
“추우신 건가요?”
[좋은 거 있음.]
목소리가 들려오며 연기로 쓰인 글자가 쓱 눈앞에 떠오르는 동시에 치이와 폐이가 뒤 쪽에서 내 양옆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너희들은 언제 온 거냐.”
[애정행각 다 보고 있었음.]
“오라버니는 밖에서도 대담하신 거예요.”
……요즘 공공장소에서 도가 넘는 애정행각을 하는 인간들을 너희들이 못 봐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래서, 너희들은 또 왜?”
“오라버니께서 추우실 것 같아서 따라온 거예요.”
그렇게 말한 치이와 폐이는 평소와 같은 차림이었다.
“너희들은 안 춥냐?”
“안 추운 거예요.”
[난방 요술 배웠음.]
랑이가 그 요술을 배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아니, 쓸 줄 알아도 세희가 허락을 안 해주려나. 그 녀석은 랑이를 과보호하면서도 이상한 데에서는 딱 자르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보다 이거 먹어보는 거. 따듯함.]
폐이가 보온병을 내밀어 내 상념을 끊었다.
“뭐야, 이거?”
[뇌물.]
……대놓고 말하지 마. 그래도 날도 춥고, 폐이가 주는 거니까 먹자.
“고맙다.”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며 뿜었다.
“푸훕!”
[뱉었어!]
“뱉을 수밖에 없지! 무슨 차가 이렇게 달아?!”
[입맛에 맞으라고 설탕 넣음.]
“아무리 그래도 차에 설탕은 아니지!”
내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폐이가 치이의 팔을 움켜쥐며 글을 썼다.
[아니야?]
“아닌 거예요.”
[왜 안 말림?]
“……그래도 오라버니께서 좋아하실 줄 알았던 거예요.”
치이야, 너 지금 눈 돌렸다. 하지만 친구 사랑이 대단한 폐이는 그 말을 완전히 믿은 것 같았다. 그게 안쓰러워서 나는 차를 다시 입에 댔다. 이번에는 각오를 했기에 제대로 마실 수 있었다.
“그래도 알고 마시니까 괜찮네.”
[진짜?]
“그래.”
내 속이 빤히 보이는 거짓말에 폐이는 기가 살았는지 허리를 쭈욱 펴고 가슴에 손을 얹으며 콧대를 세우고는 글을 썼다.
[역시 나. 처음 타 봤지만 맛있게 탔음.]
치이는 나를 반달 모양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야, 그렇다고 맛없다고 할 수는 없잖아. 그래도 정성이 있는데.
그래도 그 시선을 그대로 받아넘기기 힘들었던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둘이서 무슨 일이야?”
[손잡음.]
“아우우우, 안타깝지만 전에 한 게 있어서 착한 일로는 랑이 님을 이길 수 없는 거예요.”
[……쓸 글 없는 거.]
그야 너희 둘은 과거가 화려하긴 하지. 하지만 생각해 보면 랑이도 꽤나 화려하니까 걱정할 건 없을 텐데. 누가 뭐래도 나를 가장 빈사 가까이 만들었던 건 랑이의 호랑이 펀치였으니까. 그런 마음을 가득 담아서 일부러 약간 삐친 표정을 지으며 나는 팔짱을 끼었다.
“흐응~. 그렇구나. 너희들은 아직도 그거 신경 쓰고 있었구나~. 난 다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하는데, 조금 섭섭하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치이는 두 손을 가슴팍에 모으며 귀 윗 머리카락을 파닥이면서, 폐이는 두 팔을 휘저으면서 양 갈래 머리카락을 빙빙 돌렸으니까.
“아우우우? 아, 아닌 거예요! 그런 거 아닌 거예요, 오라버니!”
[오해, 오해임. 우리 절대 그런 거 아님.]
장난은 그만해야겠다. 이 녀석들 너무 진지해. 일부러 목소리를 장난스럽게 말했는데도 안 먹히잖아.
“알았어.”
내가 진심으로 말한다는 걸 알았는지 치이와 폐이는 사이좋게 가슴에 손을 올리고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무슨 착한 짓으로 점수를 따려고?”
안도의 한숨은 곧 그 다음에 놀라게 될 거라는 복선이나 마찬가지다.
“꺄우우우? 어, 어떻게 안 건가요?!”
치이는 놀라서는 눈이 동그래졌다. 그에 비해 폐이는 당당하게 치이의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글을 썼다.
[야한 짓.]
나는 폐이의 이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아콩!]
이마를 맞아 눈을 찡그리는 폐이에게 나는 세상의 쓴맛을 알려주기로 했다.
“착한 아이는 그런 말 안 한다.”
[?!]
집안을 가득 채우는 글씨와 함께 폐이가 온 몸을 경직하며 깜짝 놀라 하더니 이내 축 늘어져서 흔히 말하는 좌절 포즈가 되었다.
[……나, 난 왜 그리 헛된 시간을.]
비에 젖은 수건처럼 축 늘어진 꼴을 보자니 마음이 아프네. 그래도 이렇게 말했으니 한동안은 이상한 짓 안 하겠지.
“아우우우, 괜찮은 건가요?”
친구가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실의에 빠졌다는 사실에 치이가 걱정이 되어서 손을 올리려는 순간. 폐이가 벌떡 하고 일어나서 주먹을 꽉 쥐며 의지를 불태우며 글을 썼다.
[이렇게 된 이상 나쁜 아이로 간다.]
가긴 어딜 가냐, 이 자식아!
폐이를 어떻게 교정해 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치이가 옆에서 폐이를 반달 같은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 친구이긴 하지만 가끔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난 안 부끄러움. 그러니까 야한 짓 같이 해.]
“제가 왜…….”
치이가 말을 하는 도중, 폐이가 재빠르게 움직여서 치이의 뒤로 돌아간 다음에 허리의 양쪽을 잡았다.
“꺄우우우?!”
갑작스러운 폐이의 행동에 치이가 놀라 비명을 지르든 말든 폐이는 그대로 이쪽으로 향해 치이를 힘차게 밀었다. 그러니까, 내 쪽으로.
“우아앗?!”
나는 당황하면서도 벌떡 일어났다. 벤치에 앉아있다가는 치이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 두 팔을 바동거리며 중심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던 치이는 그대로 내 품 안에 쏙 안기고 말았다.
“아, 아우, 아우우우.”
상황을 파악한 치이는 당황해서 그런지 귀 윗 머리카락을 열심히 파닥였다. 그러면서 보이는 귀가 새빨갛다. 놀려주고 싶은데? 하지만 그에 앞서 먼저 그 행동을 한 녀석이 있었다.
[이번에는 나임!]
언제 내 뒤쪽으로 왔는지 모를 폐이가 내 허리를 껴안았다. 뭔가 앞뒤로 물컹하고 좋은 느낌이 드네. 물론 내가 말한 좋은 느낌이라는 건 그런 의미는 아니다.
……진짜로.
……정말이다.
안 그러면 내 신체가 뭔가 반응을 보였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무섭게 바라보지 마라, 아야야.
“캬아아아아앙~!!!”
날카로운 아야의 울음소리에 치이와 폐이가 깜짝 놀라더니 내 앞쪽을 본다. 바람피운 남편을 찾으러 온 아내처럼 화를 내고 있는 아야가 있었다. 여우불은 따듯했고 까치는 제 발 저려했다.
“아, 아우우우! 이건 아닌 거예요! 아야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닌 거예요!”
[뭐가 아님? 그런 거 맞음. 더 한 것도 할 거임.]
친구는 잘 사귀어야 하는 겁니다.
“우리 아빠한테 이상한 거 하지 마, 이 새가슴들아!”
폐이의 글에 자극받은 아야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까막까치를 억지로 떨어뜨렸다. 치이는 쉽게 떨어져서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였지만, 폐이는 안간힘을 다해 억지로 버티려고 애썼다.
“으어어어~.”
덕분에 나까지 앞뒤로 흔들리며 요괴 사이에 낀 인간의 심정을 알게 되었지.
폐이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그래도 결국은 개과 포유류인 여우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한 차례의 격전 끝에 주저앉아서 헉헉 거리던 폐이는 고개를 들어 아야를 바라보며 글을 썼다.
[……여기서는 물러나 주겠음. 하지만 이겼다고 생각하지 말기.]
그리고 폐이는 치이의 손을 잡았다.
“전 아직 오라버니에게 할 말이 더 있는 거예요.”
[마스터세희가 우리에게 허락된 어필은 한 번 뿐. 어필이 끝나면 바로 돌아오라고 한 거 기억 못함?]
……내가 집에 없는 사이 세희가 또 무슨 짓을 했구나.
“아우우우? 전 아직 한 적도 없는 거예요!”
[껴안기 함. 그거로 끝.]
잠시 아무 말도 못했던 치이가 깜짝 놀라서는 폐이에게 외쳤다.
“꺄우우우!! 그건 폐이가 멋대로 한 거인 거예요!”
[아야가 온 거 보면 어필로 친 것 맞음. 돌아가야 함.]
그리고 폐이는 슬쩍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내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음. 나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손등에 이상한 문양 같은 것을. 그리고 이쪽으로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세희 같은 건 본 적 없어요.
“아우! 아우우우우!!”
하지만 확실하게 본 듯한 치이는 깜짝 놀라더니 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라버니, 선물 기대하고 있는 거예요.”
[새치기 금지. 나도 기대하고 있음.]
그리고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날듯이 달려갔다.
……뭐, 괜찮겠지.
나는 낮은 한숨을 쉬고 양 쪽 허리에 손을 올리고서 지금껏 나를 노려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아야에게 말했다.
“키이이잉!! 왜 헤실헤실 거리고 있었어?! 이 바람둥이!”
아니, 아야가 말했다.
“헤실거린 적은 없었어.”
“이렇게, 이렇게 늘어져 있었던 말이야, 이 색골아!”
입술을 삐죽 내밀며 인중을 늘리는 아야가 귀여웠지만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지금 그런 말을 하면 오히려 화낼 테니까.
그러니까 정면 돌파다.
“그야 귀여워서 그렇지.”
그리고 아야도 내게 정면 돌파해 왔다.
“아빠 딸이 더 귀엽단 말이야!”



정말 귀여웠다. 내 한 손안에 다 들어가는 작은 손으로 앙증맞게 주먹을 쥐고 두 팔을 뒤로 뻗은 채,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꼬리를 쫙 피며 빼액 소리를 지른 아야의 모습은 정말 귀엽기 그지없었다.
뭐야, 이거. 집에 가져갈래. 아니, 집에 있지. 지금 옆구리에 낀 채로 집에 가야겠다. 집에 가면 뭐할까. 일단 추우니까 이불 속에 같이 들어가서 끌어안고 볼을 비비고 싶다.
……잠깐 이성이 먼 곳으로 날아가 버렸군. 하지만 얼굴과 꼬리를 붉히고서 약간의 불안감에 떨며 내 대답을 기다리는 아야의 모습 때문에 이성이 돌아오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말았다.
물론.
“그럼. 우리 아야가 얼마나 귀여운데.”
다 돌아오지는 않았다.
“키, 키히힝~.”
내 대답에 아야가 기쁜 듯 여우 웃음을 흘렸다. 즐거워하는 아야의 모습을 보니 계속 같이 놀아주고 싶기는 하지만 슬슬 약속한 물건을 찾으러 갈 시간이 다 된 것 같다. 안타깝지만 아야를 떨어뜨려 볼까.
“그러면…….”
“아빠.”
내 말이 싹둑 잘렸다.
“으, 응?”
“선물, 다 줄 거지?”
그것도 속을 다 들킨 듯한 이야기로. 나는 순간 흠칫 몸을 떨었지만 아야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역시나……. 이 성실이.”
“떠본 거였냐?!”
아야가 양 쪽 허리에 팔을 올리고 나를 당당하게 바라보았다.
“키이잉? 아빠는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당연히 다 알고 있었지.”
나는 한숨을 토했고 아야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빠 성격 상, 밤을 새더라도 검은 귀신이 준비한 인형 다 만들 거잖아. 그래서 선물은 밤에 준다고 한 거고.”
……아직 한숨을 쉴 때는 아니었군.
“……뭐, 그렇지.”
나는 아야의 말에 긍정했다. 틀린 말이 아니니까. 세희도 내가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날 놀리기 위해 애매하게 ‘한계일 겁니다.’ 라고 말했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야가 시야에 들어왔다.
“응? 왜 그래?”
“괜찮겠어, 아빠?”
“뭐가?”
“이 눈치 꽝. 지금 상황에서 내가 뭘 걱정하겠어?”
아야가 팔짱을 끼며 짐짓 토라져서는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아, 이 녀석. 지금 내 건강을 걱정하는구나.
“아, 그거였어?”
“키이잉…….”
아야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저 그 자세 그대로 볼만 살짝 붉히며 힐끗 내 눈치를 살피는 것 정도였다.
“괜찮아.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고, 나 이래뵈도 가정일은 특기인 걸.”
이건 아야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길러진 주부 스킬을 우습게보지 말라고. 다 헐은 속옷이나 수건을 바느질해서 걸레로 만든다거나, 찢어진 옷을 수선하는 정도는 가뿐하다고. 거기다 세희가 준비한 ‘어린애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재봉 인형 도구 모음집’이다. 그 녀석이 준비한 거니, 정말로 어린애도 쉽게 만들 수 있겠지.
그런데.
“…….”
아야는 영 내가 못 미더운 모습이다.
이것은 주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군!
“왜, 인마.”
“……키잉. 알았어. 아빠가 그렇다면 그렇다고 넘어가 줄게.”
아빠는 슬퍼요. 딸에게 무시를 당하다니. 하지만 이럴 때야말로 아버지의 관용을 보여줄 때다.
나는 아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걱정 말고 집에 들어가 있어. 난 잠깐 생각할 게 있으니까. 알겠지?”
혼자 있게 해 줬으면 하는 속내를 읽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뒤에서 시계를 보고 있는 세희 때문일까. 아야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빨리 들어와, 아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나라의 아버지들의 모든 바람을 그대로 담아 아야에게 말했다.
“그래.”

생각을 정리한 뒤. 집에 돌아온 나는 방구석에 처박혀서 바느질에 집중했다.
세희가 준비해 준 재봉 인형 도구 모음집은 제작자의 편의를 고려해 줬지만, 그래도 여섯 개 인형을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고 솜을 채워 넣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꽤나 잡아먹으니까.
바느질을 잠시 멈추고 시계를 본다. 슬슬 9시. 애들은 이제 졸려서 잘 시간일 것 같다. 그러면 나도 슬슬 작전대로 나갔다 올까.
“으냐아~. 성훈아~. 안 자느냐?”
일단 눈을 비비며 방에 들어온 랑이를 재우는 게 먼저겠지만.
“졸려? 잘래?”
졸린 게 눈에 보이는데도 랑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니라. 졸리지…….”
랑이가 고개를 꾸벅 거리다가 팍 들었다.
“졸리지 않으니라!”
어딜 봐서 졸리지 않다는 건지 누가 나한테 설명 좀 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성훈이가 선물을 누구한테 줄 지 궁금해서 왔느니라.”
그러니까 졸려도 꾹 참고 있다는 거지.
“자고 일어났는데 선물이 없으면 펑펑 울 것 같으니까 말이니라.”
요 귀여운 녀석은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이 협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겠지. 나는 방긋 웃으면서 랑이를 손으로 불렀다. 랑이는 힘없이 흔들흔들 거리며 내게 다가왔고, 나는 협박범을 품에 안고 내 가슴에 등을 기대게 만들고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 마, 랑이야.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정말이느냐?”
랑이의 되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결정타였는지 랑이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걱정 말고 먼저 자. 안 그러면 선물을 줄 수 없으니까.”
“알았느니라. 흐아암~.”
정말 졸린 지 랑이는 입안의 어금니까지 보일 정도로 늘어지게 하품을 한 뒤 이내 코오~코오~하는 소리를 내며 내게 몸을 기댄 채 잠들어 버렸다. 이 상태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기에 나는 이곳에 없는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세희.”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오랜만에 내 그림자 안에서 스르륵 하고 나타난 녀석에 나는 랑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방에 데려가서 재워 줘. 그리고 넌 잠깐 나하고 같이 나갈 준비 좀 하고.”
세희는 랑이를 건네받아 엉덩이를 한 팔로 받치고 다른 팔로 등을 감싸 안은 채 아기를 재우는 어머니들이 그리하듯 반동을 주며 내게 말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시집도 안 간 처녀에게 밤 나들이를 제안하시다니, 성스러운 밤을 성스럽게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상스러운 말 그만하고 준비나 해.”
“알겠습니다, 주인님.”
세희는 내게 미소 짓고서는 방을 나섰고 나도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옷과 목도리를 걸쳤다.

크리스마스이브라는 성스러운 날을 기념하여 벌써 10시임에도 길거리는 활기로 넘쳐 있었다. 그런 곳을 세희와 단 둘이서 걷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군. 세희는 이런 추운 날에도 평소와 같은 한복에 하얀색 털이 달린 케이프만을 걸쳤다. 그에 비해 나는 완전히 풀 무장 상태.
“넌 안 춥냐?”
“추워 보입니까?”
“조금.”
“그러면 따듯하게 해주시지요.”
세희가 내게 하얀 손을 내밀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끼고 있는 검은색 장갑을 빼서 건네주었다.
“……연애 안 해보셨습니까.”
“연인들이나 하는 짓을 내가 왜 너하고 하냐.”
“남들이 보기에는 연인처럼 보일 겁니다.”
그 말에 나는 세희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좁혀졌다. 나는 내게 팔짱을 껴온 세희 때문에 소스라치듯 놀랐다.
“너, 미쳤냐?”
“저도 착한 일을 해야 선물을 받지 않겠습니까?”
“알고 있었냐.”
“이 시간에 밖에 나오신 것도 미리 준비해 두신 선물을 찾으러 나오신 것이라는 사실까지 말이죠.”
역시 알고 있었구나.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데 말이야.”
“티를 너무 많이 내셨습니다.”
어쩐지 힘이 쭉 빠진다.
“너를 속이느니 귀신을 속이지.”
“저를 속이셔야지 귀신을 속이는 겁니다. 그보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저는 왜 데리고 나오신 겁니까?”
“네 선물은 지금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세희가 미소를 지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보니 저도 천성이 여자인 거로군요. 하지만 전 그리 쉬운 여자가 아닙니다. 제가 주인님의 선물을 거절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셨겠지요?”
어딘가 능글맞게 나를 놀리듯 말하는 세희에게 나는 퉁명하게 대답했다.
“무슨 소리냐.”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지만,
“이미 받았잖아. 그 장갑, 내 선물이야.”
이내 쑥스러워져서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너무나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세희가 가식 없이 놀라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볼 수 있었다.
그래.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이 녀석이 예상하지 못한 일을 벌여줘서 깜짝 놀래어주고 싶었다. 선물이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을 때 받는 게 가장 기쁜 법이니까.
그리고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정말.”
세희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게 살짝 들떠있었으니까.
그 목소리에 살짝 당황하고 있을 때. 세희가 팔짱을 풀고 정면에 서서 내가 선물해 준 장갑을 끼고 있는 손을 소중히 감싸 안고서 말했다.
“로맨틱이 뭔지 아시는군요, 주인님.”
그건 내게 있어, 진심이 담긴 미소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마무리 짓는 이야기

새벽 4시.
잠들어 있는 아이들에게 내가 준비해 두었던 선물과 만든 인형을 머리맡에 두고 방에 돌아왔을 때의 시간이었다. 역시 아무리 바느질이 손에 익었다고 해도 양이 양이니까 꽤 힘들었다.
에구구구, 그래도 물집은 안 잡힐 것 같다는 게 다행일까.
그런데 왜 저 녀석은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걸까. 분명히 내가 인형을 둘 때만 해도 어딘가 불편한 듯 인상을 찌푸린 랑이를 끌어안고 행복하게 잠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내가 잘못 본 게 아닌지, 냥이는 잠옷 차림 그대로 내가 누워 잘 이불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뭐냐, 넌.”
“흥.”
냥이는 코웃음을 치고는 곰방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곰방대에서 연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모습이 심히 건방져 보인다.
힘든 노동을 끝내고 수면이라는 휴식에 빠지려는 노동자에게 이 무슨 거만한 짓인가.
“나 자야 된다.”
“알고 있느니라.”
“그러면 나와.”
“그럴 것이니라.”
그리고 냥이는 내 이불 위에서 일어나 나를 지나쳐 방문을 열었다.
……이 녀석은 왜 온 거야?
모르겠다. 솔직히 졸려서 지금 아무 생각도 안 들어. 빨리 이불 속의 따스한 온기에 취해 의식의 끈을 놓고 싶다.
“너도 잘 자라.”
그러기 위해서 냥이에게 나는 이제 잘 거니까 불 끄고 문 닫고 나가라는 말을 돌려서 했다. 냥이는 내 말을 이해해줬는지 불을 끄고 문을 닫으며 방에서 나갔다.
나는 조용한 어둠속에서 이불 속을 뒤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으~ 따듯해. 역시 겨울에는 이게 제일이지.
나는 그렇게 눈을 감았…….
“오늘 우리 흰둥이를 위해 고생 많았느니라.”
“응?”
눈을 감는 순간, 바로 옆에서 냥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베개 옆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당연하겠지만 냥이는 그곳에 없었다.
있었던 건, 그저 한 장의 부적뿐이었다.




<특별 단편 2014 # 크리스마스 이야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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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연아 12/24/07:09
아 중간에 "냥이의 허벅지를 만족스럽게" 가 아니라 "랑이의 허벅지를 만족스럽게" 가 맞지않을까요?
0 나호 12/24/07:11
내가 지금껏 받아본 생일선물중 가장 좋은 생일선물이었습니다....하악
0 마카롱 12/24/07:33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네요
0 아야콘 12/24/08:03
와 씨 아야일러가 나왔어 개이득
0 네푸튠 12/24/08:25
역시 나호 단편집 허니잼
0 골뱅이 12/24/10:05
그러므로 여러분은 3D와 커플들을 멀리하고 2D를 가까이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0 12/24/10:51
우, 움짤이다!!
1 천리향 12/25/12:01
흐음... 근데 나래는?... 11권 뒤의 이야기는 아닐테고... 흠... 내용을 보다보니 왠지 크리스마스 만화 한정판으로 나왔던거 거기내용인데... 냥이와 아야 추가에... 나래 삭제???
0 killerbot 12/25/12:34
이움짤 가져도됩니까?
0 RoA 12/25/01:38
이야 역시 시드지기님.
아야의 귀여움을 깨닫고 계셔서 아야사진 파일이름도 "아야귀여움.jpg"라니!
0 대화상대 12/25/01:41
잘 보고 가겠습니다. 랑이의 움짤도 좋지만 치이는 왜 없는걸까요... 설날에는 치이를 볼 수 있겠죠? 하하하.
0 sdwsdwer 12/25/11:25
역시 카넬님. 보고 가겠습니다. 랑이 진짜 귀엽다. ^^
0 범아 12/25/04:23
어 이거 특전 부록에 달려있던 만화책 내용에서 조금 수정하신거같은데ㅋㅋ
0 꺄아 12/25/05:45
일단 박수!!! 그리고 메리크리스마스!! 그리고 .. 부러운성훈이... 올해는 랑이 피규어를 안으며 자야겠습니다... [ 부숴지지않을까 ]
0 실루리아 12/25/10:18
좋구나...
하지만 난 오늘도 쓸쓸한 솔로.
그래도 2D는 날 버리지 않아!
0 xkskxksk 12/25/10:35
아야귀여움
0 랑이범이 12/25/10:46
이것은!!!
나와 호랑이님 만화 1권에 나온 특별부록
크리스마스 이야기!!!
굿!!
0 xkskxksk 12/25/10:47
세희...진심...하....★☆
9 덕수궁격파 12/26/12:32
여우귀 뿅간다!
0 애님 12/26/03:22
바둑이는 쩌리인건가.... 근데... 나래가 없어?!?!
0 날으는늑대 12/26/06:35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가입햇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心쿵!!!! 아야일러라니!!! 랑이 움짤이라니!!!!!!!!!!
으아ㅓ러러 저 이거보고 가입함 ㅠㅠㅠㅠ 기뻐서 눈물이
아 그리고 여기서 이런말하기 뭐한데 나와호랑이님 만화판 3권 언제나오나요?
0 mshyuk 12/26/10:12
재밌다...
1 나무야 12/26/10:37
와~
0 라프 12/26/10:39
글? 당연이 재미있습니다. 아야 일러, 랑이 움짤 너무 귀엽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ㅠㅠ
0 소아성 12/27/05:21
일러 너무 귀엽...
6 PoH 12/27/05:22
랑이 일러 너무 귀엽다
게다가 움짤이라니
0 긔신 12/28/02:38
좋으다 가끔 들어와서 눈요기가되능
0 카이오가 12/31/06:24
아야야! 일러감사합니다 후후훟ㅎ
그보다 어디서 읽어본것같은건 기분탓이겠지
0 왕의군세 01/02/04:41
세희랑 양주 마시고싶...
0 남다른바보 01/03/12:47
다 좋은데...그런데 바둑이는요??
0 수달 01/06/07:35
나래는 언제 돌아오나요?
0 rlatodn456 01/11/09:12
잘봤어요
0 랑Ol♡ 01/11/10:27
안들어왔으면큰일날뻔햇군요 사랑합니다 작가님
0 랑이뱃살핥짝 01/27/06:07
나래삭제=멘탈삭제
0 KaiKun 01/30/11:10
늦었지만 잘읽고 짤은 주워갑니다
0 긔신 02/02/11:15
짤은 읽는 맛이지 이맛에 이홈피를 들어옴 ~
0 크라이시스 02/09/10:45
랑이가 움직인다. 헤헷
0 체이서07 02/12/04:05
이거 몇권 부록인가요?
0 냥냐냥냐냥 12/14/12:15
폐이와 냥이가 가장 좋습니다!
0 시드덕후 07/22/09:32
와!! 짲짝짝짝짝! 명작 진심 꿀잼므 막판 냥이 부적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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