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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노벨] 안경전쟁 리뷰
  0 박외[cgt96269]
조회 6549    추천 0   덧글 2   트랙백 0 / 2015.10.01 00:04:40

  비뚤어진 영웅담

   -안경전쟁 분석비평

 

 

 Ⅰ. 들어가는 말


 Ⅱ. 거시적 관점


   A. 소재

   B. 인물

   C. 전개

 

 Ⅲ. 미시적 관점


   A. 비문과 오타

   B. 표현

 

 Ⅳ. 맺는 말

 

 

 

 Ⅰ. 들어가는 말

 

 

  이미 데뷔를 한 기성 작가든 오늘도 습작에 힘쓰는 작가 지망생이든 글 쓴다는 사람의 고민이란 대충 다 이러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쓸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재밌게 써서 더 팔아먹을 수 있을까?’

  물론 정해진 대답이란 없다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창작론을 열심히 읽고 그대로 써봐도 그렇게 탄생한 내 글은 휴지통에 처박히기 일쑤다그 뒤엔 엉터리로 가르쳐준 작가를 욕하든 난 왜 이것밖에 안 될까하는 자기비하든 자신이 원하는 방법을 취하면 된다중요하게 봐야할 대목은 결국 내가 쓴 글은 오늘도 재미가 없고재미가 없으니까 안 팔리고 안 뽑힌다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하면 좀 잘 써볼 수 있을까정해진 대답은 없지만 그곳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있기는 하다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코 골면서 배웠던 이론들이 그것이다. ‘이렇게 쓰면 재밌다!’라기 보다는 이렇게 쓰면 최악은 피한다’ 정도의 것이긴 하지만그러나 익혀둘만 한 것들이다.

  그 이론들을 통해 에이피 작가의 안경전쟁을 분석해보려 한다아무래도 비평의 형태를 띄기 때문에 글의 장점들 보다는 단점들에 집중하고 그에 대해 파헤치게 되겠지만 악의에서 비롯함은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란다또한 단순한 분석에서 그치지 않고 필자의 개인적 의견을 첨가해 향후 발전퇴고에 도움을 드리려 한다이 부분은 객관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취사선택하실 문제다.

  필자 역시 아직 배우고 있고 습작기를 거치고 있는 어린 작가 지망생이다당연히 틀린 부분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그런 부분에 대해 어느 분이든 지적해주신다면 감사히 듣고 수정하도록 하겠다.

 

 

 Ⅱ. 거시적 관점

 

 

  A. 소재

 

 

  이 책 안경전쟁의 소재는 이미 제목에 다 나와 있다안경과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언뜻 보기에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두 소재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가작가는 그 둘 사이에 마법이라는 이음새를 부여한다.

 

“(지금 당신은 본의 아니게 제3차 마도 전쟁Black art war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

아티팩트가 뭔데요?”

()

그것은당신이 지금 쓰고 있습니다. ()”

스칼렛의 손이 예고도 없이 쑥 뻗어 나와영화의 안경을 집었다. ()

이 안경은 당신이 쓰고 있었던 평범한 안경이 아닙니다대마법사 비홀더가 세상에 남긴 12개의 마경 중에 첫 번째 제자가 쓰던 마경리얼라이저Realizer, 현현顯現의 경입니다마나를 담고 있는 안경 즉마경魔鏡인 것이죠.”

(38~41이하 쪽수만 표기)

 

  즉우리가 평범하게 사는 세계의 이면엔 마법과 그 도구(안경)를 둘러싼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그 전쟁을 벌이는 것은 연맹과 결사주인공인 영화는 발 한 번 잘못 디뎠다가 목숨을 담보로 휘말리게 된 피해자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그렇다우리는 이와 비슷한 소재의 글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멀리 갈 것도 없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해리포터』 시리즈만 떠올려 봐도 그렇다더 이상 마법과 전쟁이라는 소재만으로는 새로운 지점을 확보할 수가 없다지금까지의 작품들과 이 작품이 소재의 측면에서 다른 점은 무엇인가단 하나안경뿐이다.

  그렇다면 안경이라는 소재가 이 글에서 유의미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그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회의적 입장이다안경이 마법 사용의 핵심 도구로서 소설 전반에 등장하고 있는 것까진 좋다그러나 거기까지다굳이 안경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습니다마법사라면 지팡이수정 구슬 같은 것을 떠올리겠죠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그 형태 때문에 마법사임이 발각되는 일이 잦았습니다과거 마법사가 탄압받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정체를 숨겨야 했습니다.”

()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언제든 손에 닿을 수 있어야 합니다하지만 다른 도구들은 어느 순간에는 손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안경은 그렇지 않습니다그리고 벗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지요계속 쓰고 있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마법사들이 자신의 아티팩트를 안경으로 바꾸기 시작했고그러던 중 대마법사 비홀더가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

(57~58)

 

  물론 작가 나름대로 왜 안경인가?’에 대한 이유를 소설 안에서 설명해두긴 했다하지만 저 이유들만으론 쉬이 납득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벗게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도 이상하고게다가 클라이맥스 부분의 전투에선 서로 안경을 부수기(!)까지 한다정말 안경이 대체 불가능한 어떤 것이라면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다.

  결국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 봤을 때 안경이란 소재는 그저 작가의 흥미 본위로 등장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차라리 개그성을 강조해 대마법사 비홀더가 엄청난 안경 모에라 모든 마법 도구를 안경의 형태로 만들었다든지 옆 동네 설정에서 감명 받아 마안을 깨치게 해주는 도구’ 정도로 쓰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안경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이러든 저러든 안경은 눈이라는 감각기관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 것이다안경이란 사람의 시력을 보정해주는 도구니까이 세계의 마법이란 시각에 아주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다(예를 들어 눈으로 좌표 및 목표를 고정하는 게 마법 사용의 첫 번째이고 안경은 그에 대해 도움을 준다든지)하는 식으로 말이다.

  필자의 사담이지만저 설명들만 들으면 차라리 팬티가 낫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정체도 숨기고 언제든 손에 닿을 수 있고 계속 입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우니까… 게다가 벗기기도 어렵다대마법사가 그 정도는 생각했을 법 한데 싶었다.

 

 

  B. 인물

 

 

  라이트노벨의 정의는 아직껏 내려지지 않았다그래도 모두가 끄덕이는 라노벨의 특징이 있으니 바로 인물 중심의 소설이다서사나 소재에서 조금 힘이 달리더라도 강력한 인물만 있으면 라노벨은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도 인물이 여럿 나온다필자는 그 중에서 소설 진행에 나름의 역할을 맡고 있다 생각하는 인물 셋을 뽑았다영화스칼렛레이븐이다피니와 아키지연은 소설 내에서 조력자 및 전개를 매끄럽게 만드는 감초 역할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했기에 짤막하게만 다루겠다.

 

  먼저 주인공인 영화를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는 에로티시즘이다연신 SP 포인트와 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사는작중 묘사에 의하면 평범한’ 사춘기 남학생이다작가의 와일드카드이자 영화라는 캐릭터성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설정이지만글쎄.

 

영화는 지금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 말이다.

언제나 그걸」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9)

 

줄넘기야말로 최고의 스포츠위로아래로단순한 동작이지만그 힘이 눈앞에서 보인다중력의 힘을 거스르지 못한 가슴의 아름다운 모습뉴터어어언!!”

영화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전율했다.

크기에 따라모양에 따라그 아름다운 자태는 천차만별출렁인다흔들린다그와 동시에 나의 마음도 흔들린다만유인력 만세뉴턴 만세!”

(14)

 

  지금껏 죄책감과 연관되어 치부된 사춘기의 성욕에 대해 유쾌하게 드러냈다는 것은 좋았다하지만 이 또한 인간 내면의 깊은 곳까지 침투하진 못했다. 1. 영화는 왜 남들에게 지탄 받을 정도의’ 변태가 되었으며, 2. 그 부분에 대해 영화 스스로 그 어떤 자격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도 이상했고, 3. 자신의 성욕에 대한 그 무한한 신뢰가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 평범한 사춘기 남학생이라면 남의 시선을 신경 쓰기 마련이다게다가 영화는 중학생 때 한 번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다고 나오지 않는가지성이 있다면 저런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아니면 저렇게까지 변태가 될 수밖에 없던 과거가 있거나.

  2. 이후 사실상 왕따에 가깝게 묘사되는데그 부분에 대해 영화 스스로 별다른 걱정 고민이 없어 보인다처음부터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인물로 나왔다면 모르겠는데 영화는 소설 내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고 여자 친구를 만들고 싶은평범한 학생이다.

  3. 평범하게 생각한다면 영화는 자신의 평범하지 않은’ 성욕에 대해 이상함과 죄책감을 가질 것이다그러나 학교 전반의 멸시를 받으면서까지 성욕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고작 라노벨에 너무 무거운 설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냐하고 말할 수도 있다그러나 무거운 설정과 무겁지만 가볍게 풀어낸 설정은 다른 것이다이건 사실성리얼리티의 문제다. ‘사춘기 남학생의 비대한 성욕보다는 사춘기 남학생의 (이상할 정도로비대한 성욕과 그에 대해 놀림 받는 트라우마’ 정도로 다루는 것이 훨씬 독자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영화가 겉으로 유쾌한 변태의 가면을 쓰고속으로는 자신의 성욕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는’ 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그렇다면 인물에게 갭이 생기고 깊이를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주인공이라는 포지션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주인공의 목표는 글의 주제의식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주인공이 바라고 원하는 것이 곧 이 글이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영화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졌다.

()

자신은 그렇게 고결할 수 없다.

음흉하고 욕망에 가득차서그 욕망을 해결해야만 하는 한 명의 남자로서 살 수밖에 없다.

()

영화의 염원기원그리고 갈망그것은.

 

스칼렛이랑 하고 싶다아아아!

(285~287)

 

  그러나 영화의 목표는정말 단순하게 하고 싶다로 끝이 난다그나마 이 글의 주제를 읽어내 보자면 사춘기 남학생들이여성욕은 부끄러운 게 아니니 당당해져라!’인 듯싶은데그걸 대신 전해줄 주인공이 속된 말로 섹스에 미쳐있으니 독자로선 당황스럽다영화가 진실로 전달해줘야 했던 것은 당당해져도 괜찮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성욕 이외에 이 캐릭터를 설명할 만한 매력적인 설정이 있는가잘 모르겠다스칼렛과 대립하면서 점점 자의식을 확보해나가는 모습이 비춰지긴 하는데그마저도 마지막에 가서는 스스로 부정한다그 모습은 마치 성장을 거부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사춘기로 남으려는 주인공이라니… 괜찮은가 싶다.

 

  스칼렛에 대해 얘기해보자스칼렛은 사실 피상적인 설정들로 이루어진 인물이다세 단어로 정리하자면 정의심자부심책임감이 이 인물의 전부다거기에 별로 쓸데없는 설정을 덧붙이자면단 것을 좋아한다.

  필자는 사실스칼렛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이 없게 다가왔다. 17살의 안경 덕후로 나오지만 하는 말을 들어보면 끝까지 자기 고집으로 가득 찬 꼰대다물론 그런 캐릭터도 있을 수 있다있어선 안 된다는 말은 아닌데문제는 스칼렛의 포지션이 주인공 편이라는 데에 있다.

 

우연히 일에 휘말리게 한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그래서 최대한 영화 군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려고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비록 제 힘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곤 하나 그걸 우연히 휘말린 당신에게 전가시키지 않는 것이 저의 긍지입니다.”

()

“(야한 걸로 싸우면 된다고요어떻게 싸울 겁니까상대는 당신을 죽이려고 드는 그 순간에 야한 상상으로 어떻게 싸운다는 겁니까?”

()

대충 알겠군요나이가 나이인 만큼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합니다만영화 군은 너무 평범해서 이해하기 정말 쉽군요.”

스칼렛은 잠시 호흡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

히어로가 되고 싶은 겁니까.”

(180~182)

 

  스칼렛이 대놓고 악역으로 나왔다면 그녀의 말투에 독자들이 짜증을 느낄 수 있었을지 모른다그러나 지금 소설 내에서 스칼렛은 독자들에게 어필을 해야 하는 인물이다당장에 악역으로 나오는 레이븐만 봐도 스칼렛보다는 매력적인 설정들로 무장하고 있다.

  스칼렛이 왜 별로라고 느껴지는가필자의 생각엔 갭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너무 약점이 없는 선인이다여기서 약점이란 전투에서의 문제가 아닌 캐릭터적인 약점을 의미한다딱 하나 갭을 보여주는 게 단 것에 대한 집착인데삽화 이상의 역할은 못해주고 있다.

  스칼렛이 모에 포인트를 얻기 위해선 나이에 맞지 않는 외모와 성격을 무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고 필자는 생각했다자기도 17살이면서 영화에게 나이가 나이인 만큼이라고 말하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좀 흔하더라도 어린 나이에 이런 저런 짐을 떠안아서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하는하지만 속으로는 어리광부리고 싶은’ 정도의 노선으로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레이븐은 어떤가레이븐은 이 작품에서 긴장을 유지시켜주는 유일한 적대자로 등장한다클럽 문화를 좋아하고한국 맥주가 최악인 것을 알고 있으며그림자에 관련된 마법을 사용하지만 성격은 쿨한 악녀 같다비등점이 좀 낮아서 화를 잘 내지만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특히 레이븐의 매력은 절대악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소설에서 단 하나 뿐인 적대자지만 정말 악한 성격인가하고 물어보면 대답이 애매해진다이 부분은 아마 작가가 의도하고 선악 구도를 무너뜨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연맹과 결사 어느 쪽도 선/악으로 확실히 나뉘지 않는다.

 

그 애를 놔주지 않으면 이 주변을 다 날려 버릴 거야.”

()

인질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하지만 레이븐은 차마 저 앞의목에 칼이 겨눠진 여학생의 공포에 질린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다.

(98~99)

 

꺄아아아아아악뭐뭐뭐뭐왜왜왜왜왜왜 버벗고 있는 거야아!?”

()

너 빨리 옷 좀 입으란 말이야!”

()

어디서 내 약점을 들은 거야이 망할 동양의 꼬마놈아!”

(264~266)

 

  이런 식으로레이븐은 잔인하고 무자비한 외면 뒤에 너무나도 인간적인 약점들을 감추고 있다. ‘야한 것에 대한 내성이 없다는 설정은 사실 클럽 문화를 즐긴다는 설정과 좀 충돌이 있는 게 아닌가 싶지만일단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너무 뻔한 패턴이라 신선함이 좀 죽은 것은 사실이다잔악무도해 보이지만<->인질을 생각한다평소 야한 옷차림과 달리<->야한 것을 꺼린다너무 단순한 뒤집기다깊이를 갖추기 위해선 인질을 생각하지만<->내 취향이 아니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든가 야한 것을 꺼려서->엄청 밝히는 동료와 케미가 뛰어나다거나 하는 정도의 설정이 추가되면 더 재밌을 것 같았다.

 

  피니는 하는 짓만 귀엽지 소설 내에서 비중이 없다시피 하고지연은 과거 영화와 뭔가 썸씽이 있었던 것 같지만 끝내 소설에 나오지는 않는다가끔 집에 찾아온다거나 후반부 영화의 고민을 들어준다거나 하지만 스칼렛레이븐과 경쟁하기엔 그 무게감이 턱없이 낮다.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아키다비록 단발성 조연에 그치긴 하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다필자가 생각하기에 갭은 중첩될수록 좋고그런 면에서 아키는 강대한 힘을 가졌다->하지만 안경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철부지 누나 같다->누나다운 성숙한 면모를 어필하기도 한다->그래도 공식적인 자리에선 엄격함을 유지한다라는 깔끔한 공식을 가졌다다만 그래도 역시 조연이라… 길게 다루지는 못할 듯싶다.

 

 

  C. 전개

 

 

  이 글 안경전쟁의 스토리는 사실 우리가 자주 봐온영웅담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주인공 영화는 모든 영웅이 그렇듯 처음부터 강하진 않지만 거대한 잠재력을 지녔고결국 악의 손길(레이븐)에게서 가련한 공주(스칼렛)을 구해낸다이 클리셰를 비튼 부분이 바로 주인공의 성욕이다.

  그러나 그걸로는… 좀 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클리셰를 좀 더 과감하게 비틀었어야 한다고 본다이 글의 전개는 지금까지의 수많은 영웅담과 궤를 달리하지 못하고 있다글의 기승전결을 간단히 요약해보면 이렇다.

  기 평범한 변태인 주인공 영화는 스칼렛을 만나 우연찮게 마도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승 결사에서 파견된 레이븐이 이 둘을 위협한다스칼렛은 레이븐에게 대적할 수 없고 영화는 아무런 힘이 없다.

  전 무력함에 분노한 영화는 힘을 갈고 닦는다마지막 전투에서 스칼렛이 레이븐에게 패배하고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결 영화가 잠재력을 이끌어내 레이븐을 물리친다위기는 사라지지만 지연이 개입해 삼각구도를 암시한다.

  이 사이 사이에 주인공의 성욕에 관련된 이야기가 끼어들어도 글이 눈에 띄게 새로워지지는 않을 것 같아 보인다이 플롯을 유지한다면중간 중간 환기 역할을 해줄 개그 요소를 많이 집어넣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소한 부분으로 들어가 보자프롤로그는 빼고첫 시작(7)은 괜찮은 것 같다. Q&A로 신선한 화두를 던진 후 인물과 배경을 찬찬히 설명해주고 있다왁스를 처음 바른 고등학생에 대한 묘사도 훌륭했다.

  다만 SP포인트(9)에 대해선 의문점이 생긴다꼭 필요한 설정이었을까이후에 몇 번이고 주인공 영화의 의식 속에서 다루어지지만의미 있는 사건을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게다가 중반에 가선 쏙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이후 샤워씬(31~36)인데이 장면은 개연성이 하나도 없다사실상 통째로 빼버려도 소설 진행에 좁쌀만큼의 영향도 주지 않는다오히려 빼는 쪽이 더 깔끔할 것 같다너무 대놓고 서비스씬을 넣겠다는 의지가 보인 장면이다꼭 넣겠다면 그 이전 전투에서 불탄 재라도 잔뜩 뒤집어 써 샤워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도의 설명이라도 넣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호텔(42)에서의 일본’ 발언 또한 거슬린다이는 이후 양호실씬(62)에서도그 이후 안경원(162)에서도 지속적으로 다루어지는 복선인데결국 왜 일본인지는 나오지 않는다일본에서 무슨 일이 있다든가 스칼렛과 일본은 무슨 관계인가 조금만 풀어줘도 괜찮을 법한데 작가가 너무 꽁꽁 숨겨둔 감이 든다.

  하교씬(105~106)에 두 명의 남자 엑스트라가 나오는데여기서 딱 한 번 나올뿐더러 그 장면이 소설 안에서 쓸모도 없다이 인물들이 굳이 등장할 필요가 있나 생각해본다.

  안경원(162)에선 앞에 이름만 나왔던 제3차 마도 전쟁에 대한 복선도 조금 풀린다다만 이 부분은 아직 애매한 지점이라아마 연재가 거듭되면서 천천히 사용될 소재가 아닌가 싶다.

  옥상씬(226~233)에 대해서다영화의 고민 해결에 도움을 주는 장면인데소꿉친구 지연이 딱 한 번 소꿉친구다운 일을 하는 씬이다하지만 지연이 너무 써먹기 편한 설정처럼 쓰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저 영화의 고민 해결에만 쓰기 위해 만든 캐릭터처럼 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Ⅲ. 미시적 관점

 

 

  A. 비문과 오타

 

 

파이어볼이 가고일을 적중시키자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엄청난 충격파가 몰아쳤다. (25)

 

  파이어볼이 주체가 돼서 가고일에게 다른 뭔가를 적중시킨다는 표현이다. ‘파이어볼이 가고일에게 적중하자가 맞다.

 

어쩌면 여자가 여자가 속옷과 옷을 입는, () (36)

 

  여자를 너무 좋아하지는 말았으면 싶다.

 

“(실은 아티팩트를 놓고 연맹과 결사 간의 전투였습니다.” (39)

 

  연맹과 결사가 아티팩트를 어딘가에 놓아두고 평화롭게 싸우는 듯하다. ‘아티팩트를 놓고 벌어진 연맹과 결사 간의 전투였습니다.’가 맞다.

 

나 그런 얘 아니란 거. ()」 (82)

 

  원본인 16쪽에선 제대로 적혀 있다.

 

두 명은 손을 그녀를 겨누며 언제든 마법을 쓸 준비를 했고나머지는 주문으로 쓰러진 쓰러진 괴한의 상처를 지혈했다. (95)

 

  손을 겨누는지 그녀를 겨누는지 알 수가 없다. ‘두 명은 손으로 그녀를 겨누며가 맞다쓰러진 쓰러진은 오타.

 

(거들떠보지도 않는 변태였다 그리고 () (105)

 

  변태였다 뒤에 마침표가 빠졌다.

 

(마음이 서로 팽팽히 맞섰다길항拮抗하고 있었다. (148)

 

  굳이 강조할 필요성이 없어 보이는데 같은 의미의 말을 두 번이나 쓸 필요는 없다.

 

(그녀의 모습이 망막에 새겨질 듯 인상적으로 각인刻印되었다. (155)

 

  암만 인상적이라도 망막에 두 번이나 새길 필요는 없다. ‘그녀의 모습이 망막에 인상적으로 새겨졌다.’가 맞다.


마경을 부서서 흡수하려는 것이다. (286)

 

  마경을 설거지하진 마시길.

 

 

  B. 표현

 

 

  이 부분은 필자의 주관이 많이 섞일 수 있다.

 

종종자주매우빈번하게 생각한다.

가끔sometimes이라기보다는 종종often……. (5)

 

  앞에 종종이 있는데 다음 문장에 종종을 또 쓰는 건 이상해보였다그리고 이건 계속 나오는 건데굳이 뒤에 영어나 한자를 붙일 필요가 있나 싶은 게 많았다. ‘3차 마도 전쟁Black art war’ 같은 경우나 청운靑雲 같은 특수한 의미를 지닌 단어일 경우엔 납득이 갔다하지만 다음과 같은 예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게 어떤가 싶다.

 

  살의殺意 (8), 암좌巖座 (11), 향연饗宴 (27), 현현顯現 (85주문에 쓰인 단어는 노 카운트로 치더라도 여기까지 쓰일 필요는), 희생犧牲 (154), 안광眼光 (184), 인영人影 (242), 권고勸告 (279), 귀기鬼氣 (300).

 

시끄러워바보변태불연소쓰레기야아아!” (17)

 

  이후로도 불연소쓰레기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하는데개인적으로는 좀 직관성이 떨어지는 욕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내가 변태가 되기 전에 멀어졌으니까 모를 거야.

그는 지연에게 손을 뻗었다. (16)

 

  시점이 통일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자연스럽게 쓰인다면 전부 쓸 수 있는 말이겠지만 일정한 기준 없이 영화’, ‘’, ‘’, 그리고 지연’, ‘그녀로 호칭이 자꾸 바뀌어서 헷갈린다비단 이 부분 뿐 아니라 소설 전체적으로 그렇다.

 

마법사가 되고 싶지 않아!

(그만큼 간절했다. (18)

 

  보통 사람이라면 성인 돼서 해도 된다고 생각할 법도 한데 왜 이렇게 급한 건지 좀 아리송했다.

 

대체 이게 무슨꿈인가환상?

현실입니다만!” (24)

 

  시점 혼동의 대표적인 예다영화의 생각을 그대로 내보내는 건 1인칭 소설이나 다름이 없다또한그런 생각을 스칼렛이 너무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도 이상하다이후 표정에 다 드러납니다!”가 나오긴 하지만 그렇다면,

 

무슨 컵…… .”

?” (36~37)

 

  여기선 대놓고 말까지 했는데 왜 못 알아보는가.

 

결사의 습격을 받아 () (37)

 

  왜 결사만 강조되어있는지 의아했다.

 

아티팩트가 뭔데요?”

()

“(저는 아티팩트란 단어를 물어본 게 아니라 그 아티팩트가 어디로 갔는지를 물어본 거예요.” (40~41)

 

  분명 아티팩트가 뭔지 물어봤다이렇게 물어보면 스칼렛이 아니라 공자도 오해한다.

 

↘ (62)

 

  대체 왜 튀어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는 드립이었다.

 

안경은 시력을 보정하기 위한 도구입니다그런데 단지 패션을 위해 안경을 끼다니안경에 대한 모독을 저지르고도 그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다니요.” (63)

 

  안경을 시력 보정 이외의 용도로 쓰고 있는 건 마법사들도 마찬가지 아닌가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수준의 논리라고 생각했다.

 

지연은 어느 순간부터 부자연스럽게」 멀어진 계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82)

 

  그 계기 독자들에게도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강조까지 했는데도 소설이 끝날 때까지 안 나온다.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영화는지금 이 상황 단지 한 고비를 넘긴 것뿐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스칼렛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87)

 

  쉼표를 세 개나 쓸 정도로 힘들다면 문장을 나눠도 괜찮다.

 

“(그리고 레이븐은 약점이라고 할 것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 (119)

 

  앞부분에서 레이븐이 12명의 연맹 암살자들에게 공격 받을 때는 인질이 약점이라고 분명하게 나온다근데 그런 말단도 아는 사실을 12경의 마스터씩이나 되는 사람이 모른다는 건 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없다니까.”

있잖아.”

()

아닌으음.” (123~124)

 

  둘의 의미 없는 말싸움이 왜 이렇게까지 길어야 하나 의문이 든다.

 

그러니까 무슨 케이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였지?”

우드득.

그래 정말 위험한 상황이네어떻게 할까대책은 있는 거야?” (126)

 

  소설은 만화가 아니다. ‘우드득이라는 세 글자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독자가 파악할 수 없다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스칼렛이 자신의 이를 깨문 건데그 외에 영화를 우드득 소리 나게 팼을 수도 있고 들고 있던 펜 따위를 우드득 으깨버릴 수도 있다최소한의 묘사는 필요하다.


그대가 내 손에 죽을 마스터인가?” (149)

 

  진지한 상황에 너무 뜬금없이 튀어나와 당황스러운 드립이었다.

 

SP포인트그런 것도 있었나이미 그런 농담 같은 건 잊어버린지 오래다. (224)

 

  문제의 SP포인트다버릴 거면 처음부터 왜 등장했는지 잘 모르겠다이것을 버림으로써 성장했다는 일종의 지표로 쓰인 것 같지만 결국 나중엔 원상 복귀한다정말 뭐였던 건지.

 

스칼렛을 좋아하니까. (229)

 

  개연성은 있지만그 과정이 너무 생략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사춘기 남학생이라면 좋아한다는 확실한 감정보다는 주인공의 아이덴티티처럼 하고 싶다쪽이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좋아한다고 확실하게 못 박을 정도면 스칼렛에게 설렌다든가 어쩔 줄 몰라한다든가 가슴 아파한다든가 하는 사랑의 지표들이 소설 중간중간 배치되어야 하는데주인공은 너무 영웅심으로만 행동하고 있다.

 

어차피 물방울로 시야를 가릴 바엔 벗는 게 낫겠지.

현현의 경을 주머니에 넣고 영화는 뛰기 시작했다. () (234)

 

  소설 첫머리에서 주인공은 분명 떨어트린 안경도 제대로 못 찾아 줍는 시력이 아니었던가비 오는 날에 그렇게 뛰어도 괜찮은지.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영화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237)

 

  이후 고민해결의 씨앗이 되는 부분인데지금 당장 목숨의 위기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목에 칼이 닿은 것과 이후 스칼렛이랑 하고 싶다는 무슨 상관이 있는가.

 

마경의 힘을 전면 개방시키는 레클루시오reclúsĭo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256)

 

  너무 설명충 같았다. “레클루시오?!” 정도로만 끊어도 독자는 대충 예상할 수 있다.

 

어때마법쓰는 거 성공했다고스칼렛.” (263)

 

  그래도 주인공인데 전투 묘사 동안 너무 오래 방치해둔 게 아닌가 싶었다. 246쪽부터 영화가 공기처럼 사라져서 263쪽이 돼서야 다시 나타난다.

 

레이븐은 성에 대한 내성이 약했다. (266)

 

  갈등의 해소가 너무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았다물론 이 이후 약점을 극복하고 한 번 더 싸우긴 하지만이런 약점이 있다면 앞부분에서 얕은 복선이라도 깔아주는 게 나았을 것 같다.

 


 Ⅳ. 맺는 말

 


  한국일본을 막론하고 최근 라노벨 시장은 난항을 피치 못하고 있다같은 소재의 답보기시감이 강한 인물나아지지 않는 서사,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문장이 여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온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려 한다. ‘어떻게 하면 좀 잘 써볼 수 있을까?’ 아직 변변찮은 작품 하나 써내지 못한 작가 지망생인 필자에겐 영원히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처럼 느껴진다새로운 소재새로운 인물새로운 서사를 찾아낸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잘 모르겠다하지만적어도 그쪽이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이제부터의 라노벨은 소재주의에서 좀 멀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재밌는 걸로’ 글을 쓰려고 하는 게 아닌, ‘재밌는’ 글을 쓰려는 노력이 중시되어야 한다그를 위해서라면 기초로 돌아와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필자는 본작 안경전쟁에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는 않다오히려 혹평에 가까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은 것 같다그러나 그가 앞으로 그려낼 비뚤어진 영웅담에는 흥미가 인다오직 하고 싶은’ 것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가련한 주인공을 이끌고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작가의 눈부신 차기작을 기대한다.


작성자에 의해 2015.10.01 12:05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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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감평을 줄곧 기다려왔으!!!
0 모든열쇠 11/16/12:59
잘 읽고 갑니다. 글을 분석 하시는 게 거의 전문가 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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